[새로운 대한민국 한경의 제언] '수첩·코드·회전문인사'가 국정 실패 부른다

입력 2017-03-13 19:10   수정 2017-03-14 05:43

(2) 인사가 만사다

정권마다 반복되는 '인사 참사'
박근혜 정부 국무총리·장관 후보자들 줄줄이 낙마
초대내각·청와대 참모, 영남 출신 32%…호남의 2배



[ 김주완 기자 ] 권력자에게 인사는 특권이지만, 스스로를 망하게 하는 ‘아킬레스건’이기도 했다. 역대 정부 치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드물었다. 박근혜 정부는 더더욱 인사 실패로 어려움을 겪었다. 정권 초기부터 인사를 놓고 유난히 잡음이 많았다. 결국은 비선 문제로까지 이어져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물러나는 결과를 초래했다.


◆총리 후보자 네 명 낙마

박근혜 정부의 인사 참사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때부터 시작됐다. 첫 국무총리 후보자가 정부 출범 전에 자진 사퇴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깜짝’ 발탁된 김용준 인수위 위원장은 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지 5일 만에 사퇴했다. 두 아들 병역 문제, 부동산 투기 등 의혹에 무너진 것이지만, 이보다는 대통합, 국정 장악, 행정 경험 등 총리 후보자에게 요구되는 덕목과는 거리가 먼 인사 결과라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이때부터 ‘깜깜이 인사’라는 얘기가 나왔다. 당시 조윤선 당선인 대변인조차 “여러분(기자)보다 30초 먼저 알았다”고 말할 정도였다.

김 총리 후보자를 포함해 네 명의 총리 후보자가 청문회에 서지도 못하고 낙마했다. 내각의 정점에 있는 총리마저 검증이 부실했고 임명의 키를 쥐고 있는 정치권의 공감대도 얻지 않았다는 얘기다. 2014년 세월호 참사로 정홍원 전 총리가 사의를 밝혔고 박 전 대통령은 안대희 전 대법관을 후임 총리로 지명했다. 하지만 변호사 시절 고액 수임료를 받은 것이 논란이 돼 자진 사퇴했다. 이어 지명된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은 교회 강연에서 “일제 식민은 하나님의 뜻”이라는 발언 등이 드러나면서 역사관 문제로 물러났다. 결국 마땅한 인물이 없어 정 전 총리가 연임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청문회 문턱 걸린 장관도 수두룩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낙마한 장관 후보자들도 수두룩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새로 생긴 부처이자 창조경제를 총괄하는 미래창조과학부의 초대 장관 후보자였던 김종훈 키스위모바일 회장은 이중국적 논란, 미국 중앙정보국(CIA) 연루 의혹 등으로 물러났다. 첫 국방부 장관 후보자였던 김병관 전 한미연합사령부 부사령관은 무기중개업체 근무, 증여세 탈루 의혹 등으로 자진 사퇴했다.

중소기업청장에 지명된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사장은 ‘주식백지신탁제도’를 뒤늦게 알고 자신이 일군 회사의 주식을 매각하는 데 부담을 느껴 물러났다. 박근혜 정부 들어 자진 사퇴하거나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낙마한 고위 공직자 후보자는 11명에 달한다. 노무현 정부의 낙마자(3명)보다 세 배 가까이 많다.

◆“정실 수첩인사의 결과”

박근혜 정부의 인사 참사는 폐쇄성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고위 공직자 후보를 누가 추천했는지, 어떤 검증을 거쳤는지 등 임명 과정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이 때문에 박근혜 정부 초기부터 ‘수첩인사’ ‘밀봉 인사’ 등 얘기가 끊이지 않았다. 진재구 청주대 행정학과 교수는 “공약을 제대로 실현할 수 있는 인물을 지명하는 ‘정치 임명’이 아니라 측근 위주의 ‘정실 임명’이 결국 탈이 났다”며 “사람을 미리 정해 놓고 검증과 국회 동의는 무시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조성한 중앙대 행정학과 교수는 “미국처럼 대선 과정에서부터 어떤 사람이 다음 내각에 임명될지 국민이 예측할 수 있도록 하고 검증도 미리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합이란 명분과 달리 지역 편중 인사도 여전했다. 박근혜 정부 초대 내각(차관급 이상)과 청와대 참모(비서관급 이상)의 출신 지역을 보면 영남권이 32%로 가장 많았다. 다음은 서울(30%)이었고 호남과 강원은 각각 14%와 5%에 불과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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