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화섹남' 뜬다…지드래곤 '쿠션'에 남성들 열광

입력 2017-03-14 10:38   수정 2017-03-14 10:41


뇌섹남(뇌가 섹시한 남자), 요섹남(요리하는 섹시한 남자)에 이어 '화섹남'(화장을 아는 섹시한 남자)이 대중문화의 새로운 코드로 떠올랐다.

TV 방송에서는 남자 연예인이 나와 화장하는 프로그램이 등장했고 유튜브에서는 화장하는 남자 동영상이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자신의 외모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남성을 뜻하는 '그루밍족'이 늘어난데다 중성성을 표현한 '젠더리스'가 대세로 떠오른 데 따른 것이다.

14일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남성 고객이 자신의 미용 목적으로 구매하는 화장품 매출은 지난해 처음으로 500억원을 넘어섰다.

색조 화장품 브랜드 매출 중 남성 고객 구성비는 2012년 4%에 불과하다가 지난해 11%로 7%포인트 이상 뛰었다.

같은 기간 남성 고객의 색조화장품 구매 객단가(1인당 평균 매입액)도 15% 이상 높아졌다.

롯데백화점이 지난해 봄 남성 고객을 대상으로 출시한 '문샷' 브랜드의 지디(지드래곤) 쿠션은 출시 후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2주만에 1만개가 팔려 나갔다.

지드래곤은 짙은 아이라인을 즐겨 그리는 등 화장하는 남자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백화점에서 남성 고객의 화장품 매출이 늘어나는 건 자신의 외모에 투자하는 그루밍족이 많아지고 있어서다.

특히 초기 그루밍족들이 스킨·로션 등 기본 제품에 관심을 뒀다면 최근에는 색조와 피부 관리, 제모까지 영역도 넓어지는 추세다.

헬스앤드뷰티스토어 올리브영에서는 지난해 남성 색조 화장품 매출이 전년보다 70% 이상 늘어났다.

이 중 '쿠션 파운데이션'의 남성 버전인 '올인원쿠션'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75% 증가했다.

오픈마켓 G마켓에서도 남성용 에어쿠션·팩트 판매가 지난해 전년보다 92% 급증했다.

올리브영에서는 또 '레그트리머'(다리털 정리 면도기 등) 카테고리 매출이 지난해 전년보다 110%나 늘어났다.

이런 현상은 자신을 가꾸는 것에서 나아가 성 경계 자체가 모호해지는 '젠더리스' 바람이 부는 것과도 무관치 않다.

젠더리스는 성별을 뜻하는 단어인 젠더에서 파생한 말로, 성 구별이 없는 중성적이라는 의미다.

롯데백화점 유수근 화장품 바이어는 "그루밍족이 늘면서 화장품 상품군에서 남성 고객들은 이미 '큰 손'으로 떠올랐다"며 "더불어 패션·뷰티업계에 젠더리스 열풍이 불면서 남성들의 화장도 점점 진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한국 남성 화장품 시장 규모는 1조3000억원에 달한다. 한국 남성들의 1인당 화장품 구매 비용도 세계 1위로, 2위인 덴마크의 4배 수준이다.

화장하는 남자들이 늘어나는 것과 달리 여성들은 연한 화장을 선호하면서 투명 화장에 필요한 제품만 구매를 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에서 여성 고객의 색조화장품 구매 객단가는 5년전에 비해 20% 이상 낮아졌다.

투명 화장에 필수 상품인 립스틱, 쿠션, 아이라이너 등의 지난해 매출 신장률은 전체 색조화장품 신장률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권민경 한경닷컴 기자 k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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