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부처 5곳, 관련법 10여개 '산 넘어 산'
"산양 서식·절 관람료 감소" 반대 이유도 다양
"등산객이 만든 샛길이 환경 더 파괴해"
[ 마지혜 / 백승현 기자 ]
울산시는 신불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기 위해 2002년부터 발 벗고 뛰었다. 환경단체 반대와 정부 환경영향평가의 벽 앞에서 번번이 좌절했다. 환경부가 신불산 케이블카 건설에 긍정적 회신을 보낸 것은 사업을 추진한 지 15년 만이다. 울산시로선 ‘단비’를 맞았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5월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케이블카 추진 관련 지방자치단체 애로사항’ 자료에 따르면 전국 17개 지자체가 34개 케이블카 사업을 추진하며 몸살을 앓고 있다. 지역 내 환경단체 등과 합의하는 게 1차 관문이다. 이후에도 첩첩산중이다. 사업과 관련 있는 부처(청 포함)는 환경부 국토교통부 문체부 문화재청 산림청 등 다섯 곳이다. 관련 법만 10여개다. 지자체들은 “시민단체부터 정부까지 산 넘어 산”이라며 한숨을 내쉬고 있다.
◆전국 34곳에서 시끌시끌
강원 양양군이 1995년부터 추진 중인 설악산 오색케이블카는 천연기념물 217호인 산양에 막혔다. 설악산 전체가 산양의 핵심 서식지라서다. 문화재청은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가 산양의 서식지 환경에 미칠 영향이 클 것으로 우려된다며 지난해 12월 양양군이 신청한 안건을 부결 처리했다.
충북 보은군의 숙원 사업인 속리산 케이블카 설치는 인근 사찰의 반대에 부딪혀 난관을 겪었다. 도와 군은 관람객이 별도 입장료 없이 진입할 수 있는 속리산 잔디광장에 케이블카 탑승장을 지으려 했다. 그러자 등산객에게 4000원씩의 문화재 관람료를 받던 법주사가 반대하고 나섰다. 충청북도가 관람료 손실을 보전해 주겠다는 ‘당근’을 제시하고 지난해 4월 취임한 새 주지 스님이 전향적 자세로 돌아선 뒤에야 사업은 겨우 첫걸음을 뗐다.
◆‘케이블카=환경 파괴’ 도그마
케이블카 설치에 반대하는 단체들의 핵심 주장은 환경 보호다. 자연·생태적 보존 가치가 높은 지역에서 케이블카 공사를 하면 환경이 훼손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환경 문제에 대해선 케이블카 설치 찬성론자들도 할 말이 많다. 지금처럼 등산객들이 숲속의 여러 갈림길로 무분별하게 산행하며 행락을 즐기는 행태가 환경을 더 파괴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변우혁 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 명예교수는 “북한산 국립공원은 74개 등산로 외에 365개의 샛길이 만들어져 605개 조각으로 나뉘어 피폐해졌고, 설악산 오색~대청봉 구간 등산로는 하루 최대 2만~3만명의 탐방객이 오르내리면서 일으킨 담압(밟는 압력)으로 뭉개졌다”고 꼬집었다. 그는 “국립공원의 자연성을 회복하려면 지금과 같은 ‘정상 정복형’ 등산문화를 ‘정상 조망형’ 문화로 바꿔야 한다”며 “케이블카 설치가 최적의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정주현 환경조경발전재단 이사장은 “자연 훼손을 최소화하면서 관광객 편의를 높이고 등산로 환경은 보호하는 건설적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관련법만 10여개…뒷짐 진 정부
케이블카 설치를 추진하는 지자체가 통과해야 하는 법률은 10여개에 달한다. 자연공원법, 환경영향평가법, 궤도운송법, 문화재보호법이 대표적이다. 산지관리법, 자연환경보전법, 산림보호법,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백두대간 보호에 관한 법률 등도 있다. 소관 부처도 제각각이다.
환경부가 통과시킨 사업을 문화재청이 부결하는 등 ‘부처 간 엇박자’가 사업 자체를 혼란에 빠뜨리기도 한다. 김진하 양양군수는 “환경부가 각계 의견을 들어 내린 정책 결정을 문화재청이 뒤집은 건 정부 무능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환경부 산하기관 관계자는 “문화재청은 사업이 문화재에 미칠 영향만 보지만 환경부는 환경 전반에 줄 영향을 종합 검토한다”며 “보다 어렵고 까다로운 환경부 심의를 통과한 사업이 문화재청에서 막힌 것은 의아하다”고 말했다.
마지혜/백승현 기자 loo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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