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한국 주식 쓸어담는 까닭

입력 2017-03-14 18:45   수정 2017-03-15 05:48

기업실적 개선, 주가 저평가, 신정부 경기부양 기대

이달 2조6000억 순매수
올 상장사 순익 120조 돌파
한국 증시 PBR 0.9배 불과
새 정부, 10조원 추경 가능성



[ 최만수/박종서 기자 ]
한국 증시를 바라보는 외국인 투자자의 시각이 달라지고 있다.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등 위험 요인이 남아 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연일 ‘사자’에 나서고 있다. 이달 들어 유입된 외국인 투자자금만 2조6000억원에 달한다. 외국인 ‘유동성의 힘’으로 14일 코스피지수는 2133.78을 기록하며 연중 최고를 찍었다. 국내 기업의 실적 개선세가 뚜렷하고 정치적 불확실성도 해소돼 주식시장에 ‘긍정의 힘’이 커질 것으로 본 결과다. 글로벌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는 “코스피지수가 이번엔 2100선에 충분히 안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밸류에이션 점프하나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본격 사들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22일부터다. 이날 하루에만 4500억원어치를 사들인(순매수한) 외국인 영향으로 코스피지수는 2015년 7월 이후 19개월여 만에 2100을 넘었다. 외국인은 이후 3거래일을 제외하고 거의 매일 ‘사자’에 나섰다.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 주식의 시가총액도 517조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5년 박스권(1850~2100)’에 익숙해진 국내 투자자의 펀드 환매 압력에도 코스피지수가 꿋꿋이 2100선을 지키고 있는 배경이다.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먼저 주가가 상승하기 위한 기본 전제조건인 기업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이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당기순이익은 작년 처음으로 100조원을 돌파했고 올해는 12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특히 수출이 5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면서 외국인들이 선호하는 대형주들의 전망이 밝아졌다. 삭티 시바 크레디트스위스 글로벌이머징마켓 수석전략가는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작년 7월 8.2%에서 현재 9.3%로 높아졌다”며 “주당순이익(EPS)도 9년 만의 최고 수준”이라고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주요 국가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돼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 매력이 크다는 평가다. 외신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기업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92배로 미국(2.62배) 영국(1.69배) 일본(1.21배)은 물론 신흥국인 인도(2.52배) 중국(1.39배)보다 낮다. 강현철 NH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저성장에 대한 두려움이 저평가의 원인이었지만 최근 수출지표가 개선되면서 한국 시장 할인 요소가 줄어드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외국인이 사들인 종목은

작년 말부터 이어진 탄핵 정국이 일단락된 것도 외국인 자금을 끌어들인 요인으로 꼽힌다. 탄핵 결과를 떠나 정치 변수에 따른 불확실성이 해소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이다. 새 정부가 경기부양에 나설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권영선 노무라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오는 5월 조기 대선 후 들어서는 한국의 새 정부가 이르면 6월에 10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발표할 것”이라며 “사드 갈등으로 인한 부정적 효과를 충분히 상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면 달러 강세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작년 12월 1210원대까지 올랐던 원·달러 환율은 최근 1150원대로 5%가량 떨어지면서 외국인 자금 유입에 도움을 주고 있다.

외국인은 경기민감업종 대형주들을 포트폴리오에 집중적으로 담고 있다. 이달 들어 삼성전자(6623억원) LG전자(1775억원) LG화학(1246억원) 현대차(1474억원) SK이노베이션(1078억원) 등을 주로 사들였다. 외국인 주도의 시황이 이어진다면 당분간 수출 대형주 위주의 장세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최만수/박종서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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