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흥행공식 버리고 참신한 얘기·장르·신인 감독에 투자
[ 유재혁 기자 ]
오리온그룹의 영화 투자배급사 쇼박스가 지난해 국내 4대 투자배급사 중 최고 실적을 거뒀다. 영화 투자수익률과 이익 규모에서 1위에 올랐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쇼박스는 지난해 매출 1259억원, 영업이익 153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12.2%다. 국내 최대 영화 투자배급사인 CJ E&M과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영화사업에서 대규모 적자를 냈다. NEW는 매출 1257억원에 영업이익 66억원을 거뒀다. 쇼박스는 4대 배급사 중 유일하게 5년 연속 영화사업에서 영업이익을 냈다.
쇼박스는 지난해 한국영화 9편을 투자배급해 전체 박스오피스 10위 안에 3편을 진입시켰다. 2위인 범죄오락영화 ‘검사외전’(970만명·관람료 매출 773억원), 4위인 재난물 ‘터널’(712만명·575억원), 6위 코미디영화 ‘럭키’(697만명·564억원)다. 코미디영화 ‘굿바이 싱글’(210만명·169억원)도 흥행에 성공했다. 판타지물 ‘가려진 시간’(51만명), 멜로물 ‘남과 녀’(20만명), 로맨스영화 ‘그날의 분위기’(65만명) 등은 수익을 내지 못했다. 그러나 대형 흥행작들 덕분에 9편의 전체 프로젝트 수익률은 93%에 달했다. 9편의 총제작비는 488억원, 프로젝트 이익은 454억원을 기록했다.
새로운 이야기와 장르에 도전한 게 주효했다. 신인 감독의 역량과 새로운 소재에 과감히 투자한 것. 신인 감독의 상업영화 데뷔작 4편을 투자배급했다. ‘그날의 분위기’ ‘검사외전’ ‘굿바이 싱글’ ‘가려진 시간’ 등이다. 이 중 검사외전과 굿바이 싱글이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굿바이 싱글에서는 상업영화에서 꺼려온 미혼모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다. 흥행에 실패한 작품들도 완성도는 높은 것으로 평가받았다.
화려한 볼거리, 멀티캐스팅, 유명 감독 등 흥행 공식을 따르기보다는 이야기와 메시지의 매력이 돋보이는 작품을 선택한 전략도 성과를 냈다. ‘검사외전’ ‘터널’ ‘럭키’ 등에는 스타급이 한두 명씩만 출연했다. ‘검사외전’은 감옥, ‘터널’은 터널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사건이어서 화려한 볼거리와는 거리가 있지만 이야기가 밀도있게 전개됐다. ‘럭키’는 유해진의 원맨쇼로 웃음을 줬다.
쇼박스 관계자는 “개봉 편수보다 높은 완성도를 중시한다”며 “모든 영화는 촬영 후 편집 및 녹음, 컴퓨터그래픽 작업 등 충분한 후반작업을 하기 때문에 제작 기간이 길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후반작업에 ‘굿바이 싱글’은 7개월, ‘럭키’는 10개월이 걸렸다. 다른 영화들의 후반작업은 대부분 3개월 안팎이다. 지난해 CJ E&M이 16편을 배급해 3196만명을 모았다. 쇼박스는 9편으로 그와 비슷한 2921만명을 동원했다. 지난해 쇼박스의 한국영화 배급점유율은 25.0%로 27.5%인 CJ E&M에 이어 전체 2위였다.
사전 데이터 분석을 통해 ‘최적의 개봉 시점’을 선택한 전략도 빛을 발했다. ‘터널’은 여름 성수기의 제2막이 열리는 8월 초부터 추석 시장 전까지 기간을 공략해 1개월 정도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럭키’는 재미가 확실하다는 판단 아래 비수기인 10월을 과감히 선택했다. 성수기에는 대작에 가려져 장점을 살릴 기회조차 잡지 못할 공산이 컸기 때문이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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