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여행사들 한국상품 홈페이지서 없애
한국행 단체관광객 '0'…'유커 절벽' 본격화
면세점 "메르스 때보다 심각…매출 반토막"
[ 배정철 / 이선우 / 김동윤 기자 ]
중국 여행사를 통한 한국 여행이 전면 금지된 15일. 롯데면세점 소공점 1층 정문 앞의 모습은 평소와 달랐다. 개점 시간인 오전 9시30분이면 중국인 관광객(유커)들이 50m가량 줄을 서 기다렸지만 이날은 5~6명 정도였다. 500m가량 떨어져 있는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문 열기가 무섭게 유커 수백 명이 면세점 안으로 뛰어들어가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싹쓸이 쇼핑’ 대신 ‘아이쇼핑’만
유커 수가 갑자기 줄어든 ‘유커절벽’은 이날 어디서든 실감할 수 있었다. 주요 공항과 항만에선 단체관광객 인파를 상징하는 깃발이 자취를 감췄고, 서울 명동 중심가엔 유커를 잡으려는 화장품 매장 직원들이 보이지 않았다.
중국인 매출 비중이 80% 이상인 면세점이 ‘유커 쇼크’를 가장 크게 경험했다. “여기서부터 저기까지 있는 물건 다 주세요”라고 외치는 싹쓸이 중국 쇼핑객이 사라지자 매출이 반토막 났다. 이날 오전 매출이 전날의 10% 수준으로 떨어진 면세점 패션 매장도 있었다.
롯데면세점에서 일하는 강모 매니저는 “평소 같으면 단체 관광객이 1인당 30개 이상 제품을 사갔는데 오늘은 한두 명씩 와서 아이쇼핑만 하고 돌아갔다”고 한숨을 쉬었다. 신세계면세점 스킨푸드 매장의 한 직원은 “지난달만 해도 단체 관광객이 하루에 1000명씩 와서 1인당 많게는 1000만원씩 쓰고 갔는데 이달 들어 300명 수준으로 줄더니 오늘은 한 명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중소면세점 상황은 더 심각했다. 서울 인사동에 있는 SM면세점엔 매장 직원 수가 고객 수보다 많았다. 이 면세점 관계자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있던 2015년엔 그래도 단체관광객이 몇 팀이라도 있었는데 이번엔 중국 당국의 지시 때문인지 한 팀도 없다”고 말했다.
유커가 급감한 탓에 일본 관광객이 눈에 쉽게 띄었다. 롯데면세점 토니모리 매장에서 일하는 쉔 씨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중국인과 일본인 고객 비중이 8 대 2 정도였는데 이달 들어 4 대 6 정도로 역전돼 나처럼 중국어를 하는 사람보다 일본어를 하는 직원이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전국 주요 관광지에서도 유커를 거의 볼 수 없었다. 부산을 경유하는 크루즈선이 줄면서 중국말로 시끌벅적하던 부산 해운대구 신시가지에 있는 사후 면세점과 중구 광복로와 자갈치시장은 썰렁했다. 이곳은 평일 오전에 내국인보다 중국인 관광객이 많았던 곳이다.
부산의 한 시내면세점 관계자는 “중국이 한국관광 금지를 예고한 이후 유커 수가 절반 이상 줄었고 단체관광이 중단된 이 날은 손님의 발길이 뚝 끊겼다”고 전했다.
단체 여행객 취소 잇따라
이날 중국에서 한국으로 출발한 중국인 단체 관광객은 한 명도 없었다. 중국 여행사들이 지난 3일부터 한국 단체 관광 상품을 홈페이지에서 삭제한 결과다.
중국 여행사들이 한국 비자 발급 대행 업무를 거부하자 일부 중국인이 비자를 발급하는 주중 한국 대사관으로 몰리기도 했다. 베이징 샤오윈루에 있는 한국총영사관엔 지난달보다 5배 많은 중국인들이 비자 발급을 신청했다. 김한규 주중 베이징 총영사는 “단체 관광 금지령이 내리기 전엔 신청 대기자 번호표가 평균 20번까지만 발행됐는데 이달 들어 120번 이상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상황은 더 악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중국 여행사들이 한국 담당 조직을 없애고 항공사들이 중국발 한국행 노선을 계속 줄이고 있어서다. 중국의 주요 여행사 20여곳이 한국 관광 업무를 맡아 온 부서를 폐지했다. 한국 담당 직원들은 동남아 관광을 맡는 부서나 자회사로 옮긴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인 단체관광객 취소도 잇따르고 있다. 중국 화장품 업체인 코우천그룹은 다음달 17일로 예정한 4000명 수준의 포상관광을 취소했고, 유더그룹도 임직원 1만2000명의 방한 계획을 취소할 예정이다.
모두투어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금지령이 풀릴 때까지 한국행 단체 관광은 꿈도 못 꾸는 상황”이라며 “3월엔 개별여행객이 2팀 정도 있고, 4월에 예약된 중국인 관광팀은 하나도 없다”고 전했다. 일부 여행사는 동남아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중국 관광객을 대체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국내 항공사의 중국발 항공편 예약률이 한 자릿수로 떨어져 일본이나 동남아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단기적으로 큰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배정철/이선우 기자/베이징=김동윤 특파원 bjc@hankyung.com
기업의 환율관리 필수 아이템! 실시간 환율/금융서비스 한경Money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