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작년 매출 580억…'신흥강자' 메디톡스 600억
처음으로 국내 순위 역전
꺼진 볼·주름 채워주는 필러 지방흡입 시술 줄며 급성장
국내 필러시장 매년 30%씩↑
[ 조미현 기자 ]
바이오 기업 메디톡스가 토종 필러 개발업체 가운데 업계 1위를 유지해 온 LG화학(옛 LG생명과학)을 처음으로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7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국내 필러 시장을 두고 두 회사의 선두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휴젤 휴메딕스 동국제약 일동제약 등 후발주자들도 연평균 30%가량 급성장하는 필러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치열한 업계 순위 경쟁
15일 업계에 따르면 메디톡스는 지난해 매출 1333억원 중 필러사업에서만 6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LG화학은 같은 기간 580억원의 매출을 기록, 두 회사 간 매출 차이는 20억원에 불과했다. 보톡스사업에 집중해 온 메디톡스가 필러 시장에서 LG화학을 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LG화학은 2011년 국내 회사로는 처음으로 히알루론산 필러를 개발했다. LG화학의 필러 브랜드 ‘이브아르’는 세계 1위 필러업체 스위스 갈더마를 제외하고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렸다. 메디톡스는 비슷한 시기에 필러 브랜드 ‘뉴라미스’를 선보였지만 보톡스사업에 집중했다. 보톡스사업이 안정세에 접어들자 2015년부터 TV 광고 등을 통해 필러 마케팅에 대대적으로 나섰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보톡스 제품으로 쌓은 브랜드 파워를 활용해 필러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필러 시장 연 30%씩 성장
필러는 미용 효과를 주기 위해 꺼진 볼이나 이마 주름 등을 채워주는 주사액이 들어간 의료기기다. 과거에는 엉덩이 등에서 지방을 흡입해 원하는 부위에 자가 지방을 채우는 시술이 유행했다. 이후 소나 돼지에서 추출한 콜라겐 필러가 개발됐지만 동물 유래 콜라겐에 대한 거부감이 커졌다. 최근에는 체내 성분인 히알루론산을 재료로 하는 필러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국소마취제 성분인 리도카인이 함유된 필러가 개발된 것도 필러 시장이 확대된 이유다. 필러 주사를 맞을 때 고통이 줄어드는 효과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국내 필러 시장 규모는 2011년 400억원에서 2015년 1096억원으로 연평균 27.4%씩 성장했다. 올해는 17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내에서만 46개 업체 경쟁
필러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국내 기업 24곳이 필러 제품을 팔고 있다. 휴젤 ‘더채움’, 휴메딕스 ‘엘라비에’, 동국제약 ‘벨라스트’, 일동제약 ‘네오벨’ 등이다. 갈더마 등 해외 기업 22곳을 합치면 국내 시장에서만 46개 기업이 경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필러는 의약품인 보톡스와 달리 임상과 허가 기준이 낮은 의료기기로 분류돼 개발이 상대적으로 쉽다”며 “시세이도 등에서 히알루론산 원료를 구할 수 있는 것도 필러업체가 늘어나는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필러업체들은 수출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식약처에 따르면 필러 수출액은 919억원(2015년 기준)으로 연평균 262.9%씩 급증하고 있다. 중국 수출이 560억원으로 60.9%를 차지했다. 일본(126억원), 러시아(79억원), 홍콩(35억원) 등도 주요 수출지역이다. 지난해 세계 필러 시장은 17억달러 규모로 추정된다. 2020년에는 58.8% 성장한 27억달러를 형성할 것이란 관측이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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