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도 높여 젊은층 입맛 잡아
무게 두 배, 가격은 세 배 높여
출시 1년 만에 시장 장악, 일본 히트상품 6위에 올라
사각형 일색 용기 과감히 교체
제품 앞면에 男자 표기 '독특'…남성 얼굴도 새긴 파격 디자인
앞치마 등에 이미지 적용 '불티'
'소비세 인상'에 한때 위기 겪기도
원가 부담에 공장 3곳 폐쇄 '아픔'
생산시설 일원화·품질관리 강화, 올들어 ‘V자 회복’ 확실시
[ 김동욱 기자 ] “한순간도 ‘원 히트 원더(반짝 성공)’로 불리고 싶지 않았다.”
가격 경쟁 위주의 고만고만한 상품들이 장악하고 있던 일본 두부시장에 큰 변화의 바람을 일으켰던 이토 신고(伊藤信吾·48) 오토코마에(男前·남자다운) 두부점 사장이 올초 일본 경제주간 산케이비즈와의 인터뷰에서 한 일성이다. 2000년대 초 당도 높은 제품, 특이한 디자인의 두부를 잇달아 선보이며 일본 두부시장 1위를 차지했지만 2014년 소비세 인상과 원재료값 상승이 겹친 위기를 맞았을 때의 마음가짐을 ‘남자답게’ 표현한 것이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이토 사장은 야마나시, 이바라키, 아모모리의 세 군데 공장을 폐쇄하고 생산거점을 본사가 있는 교토 공장에 집중했다. 현장을 직접 확인하고 맛을 떨어뜨리지 않으면서 비용절감을 하는 법을 모색하기 위해서였다.
두부업계의 ‘혁명가’
이토 사장은 ‘싸구려 위주로 운영되던 두부 시장을 바꾼 혁명가’(경제주간 도요게이자이)라는 평을 듣는 경영인이다. 1990년대 일본 지바(千葉)현 이치카와(市川)에 있는 두부 제조업체 산와토유식품의 상품개발 담당자로 일하던 이토 사장은 “두부업체가 가격 경쟁만 해서는 대기업의 하청업자를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을 깨달았다.
2005년 3월 산와토유식품에서 독립선언을 하고 교토에 설립한 오토코마에두부점은 혁신적 제품으로 변화가 없을 것만 같았던 일본 두부시장을 단기간에 평정했다. 당도 높은 제품, 얼굴·젖병 모양의 톡톡 튀는 용기 등 차별화된 제품으로 젊은 층을 시장으로 끌어들였다. 1만개가 넘는 업체가 무한경쟁을 벌이는 시장에서 소비자들에게 브랜드를 확실하게 각인시킨 것이다.
오토코마에두부점은 2004년 300엔(약 3000원)짜리 ‘오토코마에두부’와 ‘바람이 휘날리는 조니’라는 독특한 이름을 붙인 두부를 시장에 선보였다. 당시 두부 한 모 가격이 90~100엔대였던 점을 고려하면 가격이 세 배나 비쌌다. 비록 두 제품 무게가 600g으로 다른 두부(300g)에 비해 두 배가량 컸지만 고가격 정책은 부담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시장에서 소비자들은 가격에 개의치 않는 반응을 보였다. 두 제품 모두 출시 한 달이 지나자 도쿄 시내 마트 등에서 하루 1만모 이상 팔려나갔다. 1년 뒤엔 4만~5만모씩 판매됐다. 1만개 가까운 경쟁업체의 두부는 하루 평균 400~500모 팔리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2006년에는 일본 월간 닛케이트렌드지가 선정한 일본 히트상품 6위에 오르기도 했다.
당도를 높여 젊은 층의 입맛을 사로잡은 것이 성공의 ‘비결’이었다. ‘두부 맛은 담백하다’는 선입관을 과감히 깬 것이었다. 오토코마에두부의 당도는 17~18브릭스(brix)로 일반 두부에 비해 3~4브릭스 높았다. 일교차가 커 당도가 높은 홋카이도산 ‘도카치아키다(十勝秋田)’라는 대두를 사용해 두부를 만들었다. 가격만을 고려해 저가 캐나다산 대두를 썼던 대다수 업체와 다른 길을 걸은 것이다.
‘남자’와 ‘두부’, 눈길끄는 디자인
사각형 일색이던 두부 용기의 디자인에도 공을 들였다. 오토코마에두부 제품 앞면엔 ‘오토코(男·남자)’라는 검은색 한자를 큼지막하게 넣었다. 매장에서 오토코마에 두부를 한 번 본 사람이면 독특한 브랜드명을 잊기 힘들도록 한 것이다. 웃고 있는 남자 얼굴을 두부용기 커버에 삽입해 멀리서도 눈에 띄게 하기도 했다. 언뜻 보면 두부와 큰 관계가 없어보이는 남자 이미지를 사용해 고객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얼굴, 젖병, 오이, 육각형 등 다양한 용기도 개발했다.
오토코마에두부가 성공한 후 일본 두부시장에는 애니메이션 캐릭터 ‘건담’을 모티브로 한 두부가 등장하는 등 다양한 디자인의 두부가 경쟁을 벌이고 있다.
오토코마에두부점은 식품 제품 경쟁력의 근본인 ‘맛’ 연구에도 소홀하지 않았다. 이토 사장은 신제품을 연구하면서 두부 수분이 천천히 빠지기만 해도 진한 두부맛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 바닥이 이중으로 된 용기를 만들어 밑바닥에 두부의 수분이 조금씩 고이도록 한 제품을 선보였다. “두부를 산 뒤 바로 먹으면 달콤한 맛을 즐길 수 있고, 나중에는 마파두부나 튀김두부를 요리해 먹을 수 있다”는 점을 적극 홍보했다.
일본에서 오토코마에두부 팬도 적잖게 생겨서 오토코마에 이미지가 들어간 트레이닝복(4000엔)과 앞치마(2000엔), 수건(1000엔)도 적잖게 판매됐다.
“다시 기본으로”… V자형 위기극복
시장 트렌드를 미리 간파한 제품의 변신, 철저한 품질관리, 적극적인 마케팅과 기발한 홍보의 ‘3박자’가 맞으면서 오토코마에두부는 탄탄대로를 달렸다. 고비가 없지는 않았다. 창립 10주년을 맞아 큰 ‘성장통’을 경험하게 됐다.
2014년 일본에서 주요 소비재의 소비세가 8% 오르면서 가격 부담이 더욱 커졌고 원재료 가격 상승이 겹치면서 매출이 급속히 침체 국면에 빠진 것이다. 결국 생살을 베어내는 심정으로 야마나시 등 세 곳의 공장을 폐쇄처분했다. 교토로 생산시설을 일원화하면서 제품 품질관리에 더욱 공을 들였다. 위기를 벗어나는 길은 제품의 질을 높인다는 ‘정도’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판단에서였다.
2010년 발매한 두부제품 ‘켄’ 시리즈가 스테디셀러로 꾸준한 인기를 누린 점도 재기에 큰 도움이 됐다. 3개들이 소용량 제품이 다이어트 식단으로 유용하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총 2억팩 이상 팔리는 대히트를 기록해 회사 측이 품질관리에 집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줬다.
그 결과 2014년 이후 기세가 꺾였던 오토코마에두부의 판매량도 증가세로 돌아서 2017년 3월기 실적 전망은 ‘V자 회복’이 확실시되고 있다.
오토코마에두부점은 ‘진짜 남자는 당신을 배신하지 않는다(本物の男前はあなたを裏切ったりしない)’라는 독특한 사훈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소비자의 기대를 배신하지 않겠다’는 의미라는 사훈처럼 이토 사장과 오토코마에두부점이 단련의 기간을 거듭하고 있다는 게 일본 언론의 평가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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