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 수출하다 골프에 꽂혀 입문 8개월 만에 싱글 골퍼
아마골프 레슨사이트 운영…회원 10만명 넘자 용품사업
연습용품 발명특허만 6개'…임팩트 양말' 등 입소문
레슨책 인기…해외판 출간도
[ 이관우 기자 ] 이쯤 되면 ‘마니아’로는 부족할 듯싶다. 요즘 말로 ‘덕후’ 정도는 돼야 그의 지독한 골프 사랑을 수식할 수 있지 않을까.
취미로 골프를 접해 골프교습가, 저술가, 골프레슨 포털 운영자로 활동 영역을 끊임없이 넓혀온 ‘골프연구가’ 정영호 씨(64) 얘기다. 골프 실력을 늘려주는 연습용품 특허를 6개나 들고 있으니, 골프 발명가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연습장 주인인 줄 알았대요”
그는 원래 보석수출업을 했다. 목걸이, 반지, 패션 장식품 등을 만들어 미국 유럽 호주 등에 수출해 연간 40억~50억원을 벌었다. “아시안 게임이랑 올림픽이 열리던 전후 한국 브랜드가 무섭게 팔려 나갔어요. 고객이 고객을 물고 오는 시절이었죠.”
이때만 해도 그는 테니스와 볼링에 빠져 있었다. 개인 레슨만 4년을 받은 테니스는 ‘선수해도 되겠다’는 주변의 부러움을 샀다. 볼링은 왼손으로도 150(오른손 애버리지 180)을 칠 정도로 감각이 좋았다. 당구 400에 바둑 3급을 두니 ‘잡기왕’이란 별명이 따라붙었다.
“뭐든 좀 쉽게 빠져드는 성격이긴 해요. 그래도 골프는 눈에도 들어오지 않았었는데, 허허.”
동창들이 클럽까지 챙겨 주면서 “진짜 운동은 따로 있다”고 권한 게 골프에 발을 들인 계기다. 하지만 보기플레이 수준이던 친구들에게 노잣돈을 잃은 것은 100타를 넘게 친 딱 네 번의 라운드뿐이었다. 8개월 만에 싱글에 진입한 그의 ‘무서운 일취월장’에 기가 질린 친구들은 더 이상 그를 내기 라운드에 부르지 않았다.
“아침에 연습장 문을 열고 들어가서 직접 문을 닫고 집에 왔으니까 하루에 2000개는 때렸을 거예요. 내가 연습장 주인인 줄 아는 사람이 있었을 정도였으니, 말 다했죠.”
돈 벌어주는 주얼리 사업보다 돈 쓰는 골프가 더 좋았다. 라운드가 끝나면 연습장으로 돌아와 아쉬웠던 부분을 다시 복기했다. 타수가 2언더파까지 내려갔다. 망가졌던 건강도 급격히 좋아졌다.
“당시만 해도 보석업자들 사이에서 푼돈 내기 밤샘 고스톱이 유행했는데, 그 벌인지 몸이 망가졌어요. 골프가 건강을 찾아준 거죠.”
◆골프 레슨 콘텐츠 개발 ‘산 역사’
숨은 고수라는 소문이 나면서 지인들이 한 수 가르쳐달라고 그를 찾아왔다. 지하실에 스윙분석기(V1)와 스크린 타석 등 첨단 장비를 설치해 놓고 ‘혼자 터득한 골프’를 지인들에게 알려주기 시작했다.
“레슨을 해보니까 시중에 쉽게 쓴 레슨서나 동영상이 없다는 걸 알게 됐어요. 아마추어 눈높이로 직접 한 번 만들어 보자는 오기가 생겼죠. 그게 보석사업으로 모아둔 돈을 탈탈 털어넣는 시작일 줄은 몰랐고요.”
골프 레슨 콘텐츠로 가득찬 레슨 포털 ‘아마골프’를 1998년 개설했다. 이후 지금까지 꼬박 10억여원을 콘텐츠 개발과 사이트 운영에 털어넣었다.
그립과 어드레스, 스윙의 기초, 퍼팅 등 주제별, 동작별로 세분화한 레슨 동영상을 만들었고, 골프 룰과 매너는 만화영화 시리즈로 제작해 올렸다. 회원 중 6만5000명에게는 매일 이메일 레슨을 보내줬다. 골프의 원리가 눈에 들어오자 《아마골프 가이드》라는 책을 써 한글판, 영어판, 중국어판도 펴냈다. 한국인이 쓴 골프레슨서가 외국어판으로 나온 것은 최초의 일이었다. 현대자동차가 고객 사은품으로 중국어판 1만권을 사가기도 했다.
사이트도 입소문이 나면서 회원 수가 금세 10만명을 돌파했다. 틈틈이 메모해 둔 사업 아이템이 생각났다. 라운드를 하다가도 ‘이런 게 있으면 골프 훈련이 훨씬 쉬워질 텐데’라는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지체없이 메모장을 꺼내 들었다.
임팩트 훈련기인 드라이브 마스터, 핸드 퍼스트 퍼터, 손목꺾임 방지기, 칩샷 연습기 등 6건을 발명특허로 등록했다. 스윙에 숨은 비밀을 파헤쳐 보자는 생각으로 수천만원을 들여 초고속카메라를 들여오기도 했고, 비거리를 늘리는 연구를 하기 위해 스윙로봇을 자체 개발했다가 수억원에 달하는 업그레이드 비용을 조달하지 못해 폐기처분하는 아픔을 맛보기도 했다.
“내가 고생한 걸 다른 아마추어들은 겪지 않도록 해주자는 생각이 강한 때였어요. 지금 생각하면 한 마디로 막무가내였지만….”
가장 애착이 가는 발명품은 국내와 미국에서 모두 특허를 받은 ‘임팩트 양말’이다. 원리는 마찰력이다. 임팩트 때 체중과 힘이 가장 많이 쏠리는 엄지발가락 부분에 특수 수지를 부착해 발바닥을 잡아주는 효과가 있다는 설명이다. 비거리까지 더 늘어나 장타 양말로 부르는 사람도 있다.
그는 “등산할 때나 집안에서 신어도 미끄러지지 않으니까 다용도로 찾는 고객이 많아졌다”며 “리디아 고와 김효주도 신는다”고 귀띔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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