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영양 오지마을 들썩이는 '짜장면 잔치'

입력 2017-03-16 18:29   수정 2017-03-17 06:13

영양자원봉사센터 이색 활동

짜장면 배달 안되는 106곳 마을 어르신들 대접
주택과 농기구 청소·수리도



[ 오경묵 기자 ]
지난 15일 오전 10시 경북 영양군의 오지마을인 청기면 무진리 마을회관. 15가구가 살고 있는 이곳이 북적대기 시작했다. 솥걸이에 큰 솥이 걸리자 자원봉사자들은 면발을 삶기 시작하고 한쪽에서는 춘장과 다진 돼지고기, 양파를 섞어 볶았다. 점심때가 되자 초청받은 마을 어르신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영양군 종합자원봉사센터에서 매달 운영하는 ‘짜장면 시키신 마을’ 봉사활동이 열린 날이다.

‘짜장면 시키신 마을’은 영양군 민간자원봉사단체인 영양군종합자원봉사센터에서 2008년 4월부터 운영하는 이색 봉사활동으로 오지마을 주민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짜장면 시키신 마을’ 봉사활동은 읍·면 소재지와 달리 중식당이 없는 영양군 119개 오지마을의 어르신을 위해 마을에 찾아가 짜장면을 직접 조리해 점심으로 대접하는 사업이다. 10년 전 포클레인으로 집수리 재능기부를 하던 군 주민 장호용 씨가 제안하고 박재원 자원봉사센터 사무국장이 이름을 붙이면서 시작됐다. 박 사무국장은 “아직까지 가지 못한 마을도 있는데 어떤 마을은 주민들의 간절한 요청으로 두 번씩 간 곳도 있다”며 “어느새 10년이 됐고 그동안 106개 마을을 방문했다”고 말했다. 짜장면을 만드는 데 드는 비용 20여만원은 자원봉사센터 직원 6명과 자원봉사자들이 2000~1만원씩 내 조달하고 있다.

‘짜장면 시키신 마을’ 봉사활동은 짜장면을 중식으로 제공하는 데만 그치지 않는다. 2.5t 트럭에 세탁기를 싣고 가 옷을 세탁해 주고 이·미용, 영정사진 촬영, 우체통·문패 제작, 집수리, 청소 등 오지마을 어르신을 위한 봉사활동을 다양하게 펼치고 있다. 김민경 영양군 주민생활지원과 팀장은 “지난해 말 사랑의 온도탑 목표액이 세 배를 초과할 정도로 영양군민의 자원봉사 열기가 뜨겁다”고 말했다.

자원봉사센터에 등록된 자원봉사자는 모두 4300여명이다. 영양군 전체 인구 1만8000여명의 약 23%에 이른다. 다양한 계층에서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참여한다. 매주 셋째주에는 청소년 15명이 카스텔라 만들기 봉사를 하고 겨울에는 일반인 200명이 자원봉사센터에서 나눠준 실로 목도리를 떠서 기부하고 있다.

65세 이상 어르신들도 봉사단체를 구성해 활동하고 있다. 자원봉사센터는 매년 1, 2월 어르신봉사단 45명을 모집해 고추모종 심기 등 농사일을 돕고 명절에는 송편과 떡국을 만들어 공동생활가정과 어르신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다음달 12일부터는 ‘낭만검객의 칼갈이’라는 봉사를 시작한다. 주민들의 부엌칼을 포함해 낫, 호미 등 농기구를 손봐주는 봉사활동이다.

권영택 영양군수는 “‘짜장면 시키신 마을’ 봉사활동은 오지마을 주민들에게 짜장면 한 그릇에 담긴 향수와 정을 함께 전하는 일로 봉사자가 늘어나면서 영양군의 자랑거리가 되고 있다”며 “군민 화합의 장이 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영양=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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