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대한민국 한경의 제언] (1) "노사 갈등, 정치권 빠져라…개입하면 산으로 간다"

입력 2017-03-16 19:35  

<4> 노사 관행도 글로벌 스탠더드로…'5대 제안'

(2) 노조 불법파업·사용자 부당노동행위엔 무관용
(3) 노사관계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잡아야
(4) 고용세습 등 노조 이기주의 타파해야
(5) 가입자 7% 노총, 외부 목소리도 담아야





노사 갈등으로 인한 손실은 줄어들 줄 모른다. 작년 한 해 동안 파업 등으로 공장을 돌리지 못한 근로손실일수는 모든 사업장을 합쳐 총 190만9000여일에 달했다. 노사 현장뿐만이 아니다. 중앙 단위 노·사·정 관계도 바람 잘 날이 없다. 노사 관계가 불안한 상황에서 경제가 온전하길 기대하기는 어렵다. 김대환 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위원장(인하대 명예교수)은 “네덜란드와 아일랜드에서 성공한 노·사·정 대화 모델도 참여 주체들이 서로 책임만 전가하고 내부 조직 설득은 뒷전인 우리나라에선 성공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의식·관행에 앞서 법·제도를 합리적으로 재정립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우선 정부와 정치권의 역할과 자세가 달라져야 한다. 정부는 노사 문제를 직접 해결하기 힘들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대신 일자리를 만들고 우리 경제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노동개혁에 집중해야 한다.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개별 기업의 노사 문제에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이 개입하면 경제적·정치적 안정에 마이너스가 된다.

(1) ‘정치 리스크’ 벗어나야

노사 갈등의 파고가 높아지면 노사 양측은 모두 정부를 압박한다. 상대방에게 회초리를 들어달라는 주문이다. 정치권의 포퓰리즘은 노동계의 손을 들어주기 마련이다. 대통령선거가 있을 때마다 파업으로 인한 근로손실일수가 급증하는 원인이다. 대선이 있던 1997년, 2002년, 2007년, 2012년 어느 해도 예외가 아니었다. ‘정치 리스크’가 현장의 노사 갈등을 증폭시킨 결과다. 20대 국회에는 노동계 출신의 진출이 두드러지게 늘었다. 한국노총 9명, 민주노총 3명 등 양대 노총 출신만 12명이다. 노동개혁 관련법이 국회를 통과하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는 현실이 됐다.

노동계의 정치적 요구를 들어주는 것과 노사 갈등을 조정하는 것은 별개라는 인식도 확산돼야 한다.

(2) 불법행위 악순환 끊어라

파업 현장에선 중요 시설 점거나 폭력행위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노동조합법뿐만 아니라 형법이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다. 불법행위가 발생하면 고소, 고발에 이어 손해 배상 등 법적 책임을 묻는다. 노조원 대상으로 손해배상이나 가압류가 이뤄지면 노조는 다시 반발한다. 이런 악순환은 선진 외국에선 찾아보기 어렵다. 사용자의 부당 노동행위는 물론이고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해선 적법 여부를 엄격하게 따져 책임을 물어야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

개별 기업 노사의 불법행위뿐만 아니라 현행법상 불법인 노동계의 정치 파업도 문제다. 개별 기업 근로조건 조정과는 관계없는 사안에서 비롯되는 정치적 파업의 피해는 개별 기업 노사 양측에 고스란히 돌아간다. 불법·폭력시위로 수감 중인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을 석방하라며 투쟁을 벌이고 있는 노동계의 행위도 같은 맥락이다.

(3) 파업은 최후 수단이어야

우리나라는 노조가 불법 파업에 나서도 대체근로자를 투입할 수 없다. 공장은 꼼짝도 못하고 올스톱된다. 직장폐쇄도 합법 파업에만 제한적으로 인정된다. 노사 관계에 대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단체협약의 유효 기간은 2년을 초과할 수 없다. 기간 규정은 노동권이 제약받던 시절, 노조의 ‘단체교섭권’을 효과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수단이었지만 글로벌 스탠더드와는 거리가 멀다.

파업은 노사가 자주적인 교섭에 따라 협상을 더 이상 진행할 수 없을 때 선택하는 최후의 수단이라는 것이 노동관계법의 원리다. 하지만 현실에선 간단히 무시되고 있어 이를 별도 조항으로 아예 명문화하자는 주장까지 나온다.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는 “기본권 보장에만 초점을 맞춘 우리나라의 노사관계 법제도를 현실과 노동시장 여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출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4) 대기업 노조 기득권 버려야

금속노조는 비정규직 노조의 상급단체(금속노조) 가입 요청을 거부하고 있다. 정규직 노조를 의식한 조직 이기주의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비조합원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거나 작업을 방해하는 건설노조의 사례도 있다. 퇴직자 자녀 특별채용을 규정한 상당수 기업의 단체협약은 청년실업난이 가중됨에도 바뀔 줄 모른다. 노조 간부의 비리나 수뢰 사건도 이어지고 있다.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채용하면서 뒷돈을 챙긴 노조 간부들도 있다.

대기업·공공부문 노조가 자신들의 권리를 내세우며 파업을 벌이면 파업 불참 근로자는 물론 협력·납품업체도 피해를 떠안아야 한다. 대기업 노사는 연례적 파업이 끝나면 협상타결 일시금 등의 명목으로 돈 잔치를 벌이지만 납품업체에는 경제적 대가가 없는 씁쓸한 무급휴가만 돌아올 뿐이다. 노동계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정식 전 한국노총 사무처장은 “노동운동이 도덕성, 정당성, 대표성 등의 측면에서 위기를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5) 양대 노총 과다 대표성도 문제

양대 노총에 소속된 근로자는 전체 근로자의 7.7%(2015년 기준)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양대 노총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정부 산하 노사관계위원회의 위원 대부분은 양대 노총에서 나온다. 노사정위원회, 노동위원회, 최저임금위원회와 같이 노동 이슈와 직접 관련된 위원회는 물론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등도 그렇다.

양대 노총의 주력은 대기업·공공부문의 정규직 근로자들이다. 비정규직, 영세기업 근로자, 청장년층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될 수 없는 구조다.

국회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강성 삼육대 경영학과 교수는 “상급단체 지원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들의 다양한 요구와 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고려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최종석 노동전문위원 js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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