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 메모리사업 중국에는 안판다"…일본, 공적자금 투입도 검토

입력 2017-03-17 18:22   수정 2017-03-18 05:06

첨단기술·인력 유출 우려
지분 34% 확보 거부권 유지



[ 도쿄=서정환 기자 ] 일본 도시바가 첨단기술 유출을 우려해 중국 기업이나 펀드의 반도체 투자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계 금융기관인 일본정책투자은행은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도시바 반도체 부문이 떨어져 나올 도시바메모리에 일부 지분을 출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17일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중국 반도체 대기업인 칭화유니그룹이 도시바메모리 입찰에 의욕을 보였지만 도시바 간부는 “중국계는 거절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시바메모리 인수에는 미국 웨스턴디지털과 킹스톤테크놀로지,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대만 훙하이정밀공업(폭스콘), 한국 SK하이닉스, 미국계 사모펀드인 베인캐피털과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등이 관심을 보였다. 블룸버그통신은 도시바 고위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입찰 참여 의사를 보인 곳이 10개 정도에 이른다고 전했다.

도시바는 미국 원자력 발전 자회사인 웨스팅하우스가 2016회계연도(2016년 4월~2017년 3월)에 7125억엔(약 7조125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손실을 내면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반도체 사업 지분의 절반 이상을 팔려고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최소 1조엔 이상의 자금을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일본정책투자은행도 도시바메모리 지분 34%를 인수하기 위해 정부 주도 민관펀드인 산업혁신기구 등과 협의 중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지분 30% 이상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투자액 절반을 은행 차입으로 충당한다 해도 약 3000억엔이 필요하다. 정부계 금융기관 외에 도시바 거래 기업 등으로부터 펀드 투자를 받는 방안도 떠오르고 있다. 이 신문은 의결권 34%를 보유하면 회사 경영의 중요 사항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어 경쟁국으로의 기술 유출에 제동을 걸 수 있다고 전했다.

일본 경제단체인 게이단렌의 사카키바라 사다유키 회장은 지난 13일 “기술과 사람이 국외로 유출되는 것은 문제”라며 도시바메모리의 해외 매각을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일본 경제산업성 내에서도 기술 유출 관점에서 중국이나 대만 쪽으로의 매각은 특별히 경계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도시바는 오는 29일 1차 입찰 제안을 마감할 예정이다. 마감시한이 임박하면 입찰 참여 반도체 기업이나 펀드는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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