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스트레스가 원인
갑자기 귀 먹먹한 '돌발성 난청' 달팽이관 혈관 좁아지며 나타나
혈액순환 나빠진 50대부터 발생, 과로 시달리는 젊은층서도 급증
이명 생기면 2주내 치료
기계음·벌레소리처럼 들리는 이명, 심하면 수면장애 등 일상 불편해져
조기치료 놓치면 청각 잃을 수도…약물이나 보조기구로 재활해야
[ 이지현 기자 ] 과도한 업무와 실적 압박으로 힘들어하던 직장인 박모씨(38)는 최근 아침에 일어난 뒤 갑자기 귀가 먹먹하고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는 증상을 경험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청력은 조금씩 회복됐지만 귀에서 ‘솨~솨~’ 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작게 들리던 소리가 점점 커져 잠을 잘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병원을 찾았더니 돌발성 난청과 이명 증상이라는 진단을 했다.
박씨처럼 스트레스 등으로 이명이나 돌발성 난청 등의 증상을 호소하는 직장인이 늘고 있다. 돌발성 난청은 특별한 원인 없이 난청과 귀울림이 일어나는 현상이다. 이명이 있으면 청각적 자극이 없는 상태에서 소리가 들린다고 느낀다. 과로 스트레스 바이러스감염 등으로 이들 증상을 호소할 수 있다. 증상을 대수롭지 않게 여겨 방치하면 청각 회복이 어려운 상태로 진행할 수 있다. 따라서 증상 초기에 적절히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각종 스트레스성 청각질환에 대해 알아봤다.
달팽이관 혈액순환 이상으로 발생
돌발성 난청은 갑자기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잘 들리던 귀가 하루아침에 들리지 않으면 누구나 크게 당황하고 놀라게 된다. 돌발성 난청의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바이러스에 감염되거나 혈관에 문제가 생긴 상태에서 스트레스가 작용하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난청 증상과 함께 이명이나 어지럼증이 생기기도 한다. 과로 등으로 인해 청각을 담당하는 귓속 달팽이관 혈관이 갑자기 좁아지면 기능이 떨어지고 이 때문에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달팽이관은 심장 간 등 다른 신체기관에 비해 혈류 요구량이 많은 신체 부위다. 수많은 모세혈관이 지난다. 카페인 섭취나 흡연으로 혈관이 좁아지면 혈액순환이 갑자기 나빠지고 이명 등의 이상 증상을 호소하게 된다. 돌발성 난청은 혈액순환 문제로 생길 수 있다. 이 때문에 50대 초반에 주로 생기는 질환으로 알려졌다. 최근 들어 젊은 층 환자도 늘고 있다.
돌발성 난청이 생겼을 때는 초기 대처가 중요하다. 일부 국가에서는 돌발성 난청을 응급질환으로 규정할 정도다. 증상이 나타나자마자 신속히 치료를 받아야 정상 청력으로 회복할 가능성이 높다. 적어도 2주 안에는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3개월 넘게 치료받지 않으면 청력이 아예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 며칠간 귀가 막힌 느낌이 들거나 이명이 있으면서 청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증상이 생기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현기증과 구역질 등을 함께 호소하기도 한다.
임혜진 소리귀클리닉 원장은 “메니에르병이나 다른 난청 질환을 돌발성 난청과 혼동할 수 있다”며 “임상 경험이 풍부한 전문의에게 정확한 진단과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난청 증상을 확인하려면 청력검사를 해야 한다. 다른 질환과 구별하기 위해 특수청력검사(ABR), 평형기능검사,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등이 필요할 때도 있다. 치료를 위해서는 고용량의 스테로이드를 7~10일 정도 복용해야 한다. 안정을 취하고 면역을 높이는 치료를 하면 증상이 개선된다.
증상을 방치해 약물 치료가 잘 듣지 않거나 치료받은 뒤에도 난청이 남아 있으면 보청기를 활용해 청각기능을 보조하기도 한다. 난청 증상이 한쪽 귀에만 생기면 방향 감각이 떨어지고 주변이 시끄러울 때 소리를 잘 구분하지 못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보청기를 착용한 뒤 청각 재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일반 보청기로 청각을 보조할 수 없으면 골도이식형보청기인 바하(BAHA)나 한쪽 난청만 있는 사람을 위한 크로스보청기를 활용하기도 한다.
삐~하는 기계음, 이명 의심
이명 증상을 호소하는 젊은 환자도 많다. 이명은 질환이 아니라 증상이다. 이명이 생기는 원인은 다양하다. 귀에 문제가 있어 갑자기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메니에르병, 난청 등으로 생기기도 한다. 청각기관 주변 혈액 흐름에 문제가 생겨 나타나는 일도 많다. 특별한 질환 없이 과로나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명이 있으면 다른 사람에게 들리지 않는 소리가 자신의 귀에만 들리게 된다. 이로 인해 스트레스가 심해지기도 한다.
귀에서 ‘삐~’ 하는 가늘고 약한 기계음이나 바람소리 매미소리 등이 들린다면 이명을 의심할 수 있다. 이명을 측정하면 낙엽이 땅에 떨어질 때 나는 소리처럼 아주 미세한 소리가 대부분이다. 평소에는 생활 소음 때문에 인지하지 못하다가 주변이 조용해지면 들리기 시작한다. 이후 다른 일에 집중하지 못할 정도로 크게 들리게 된다. 이 때문에 이명은 잠들기 전 조용한 상태에서 감지하는 사람이 많다.
이명이 있어도 사람에 따라 체감 정도가 다르다. 95% 정도는 완전히 방음된 조용한 방에서 특정한 소리를 느끼는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주변 생활 소음 때문에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고 다른 일을 도저히 못할 정도로 심각한 사람도 있다. 이명은 평소 들리는 소음이 괴롭다고 스스로 느낄 때 진단한다. 일단 소리에 신경 쓰기 시작하면 소리가 들리는지, 들리지 않는지를 계속 의식하게 된다. 이명에 대한 학습효과가 생기면서 소리는 점점 더 크게 들린다. 받아들이는 사람의 태도에 따라 증상을 느끼는 정도가 다르다. 민감한 사람은 심각한 질환이라고 여길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의미 없는 잡음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이명 의심되면 재활치료 받아야
이명이 있으면 정확한 검사를 해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른 질환 때문에 이명이 생겼다면 해당 질환을 먼저 치료해야 한다. 특정 질환과 연관 없이 이명이 생겼다면 스스로 느끼는 불편함의 정도 등을 파악한 뒤 적절한 치료를 선택해야 한다.
이명을 자연스러운 소리로 인식하도록 돕는 이명재활치료가 많이 활용된다. 재활 치료를 통해 증상이 70% 이상 좋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명재활치료는 이명 자체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이명이 무엇인지 이해하도록 돕는 치료법이다. 고통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이던 이명을 ‘머릿속에서 나는 자연스러운 소리’로 바꿔주는 치료다. 치료를 위해 환자에게 나타나는 이명 증상을 정확히 평가한 뒤 치료 계획을 세운다. 이후 심리 상담과 소리 치료를 병행한다. 이명에 대한 인식을 바꿔 민감도를 낮추고 궁극적으로 이를 인식하지 않는 단계까지 유도한다.
배성천 소리귀클리닉 원장은 “이명은 하나의 증상일 뿐 그 자체가 질병은 아니다”며 “스스로 의지와 인내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으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도움말=임혜진 소리귀클리닉 원장, 배성천 소리귀클리닉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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