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다시 주식이다] 그래도 코스피가 오르는 까닭

입력 2017-03-19 18:17   수정 2017-03-20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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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저평가에 기업 실적은 '껑충'…"못 오를 이유 없다"



[ 조일훈 기자 ] 주식 투자는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게임이다. 가격을 판단하는 것은 시장 참가자의 몫이다. 거래가 성립하려면 그 가격을 서로 반대 방향으로 보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정보의 비대칭성, 미래의 불확실성이 이를 가능하게 한다.

최근 코스피지수가 급등하자 많은 사람이 의아해하고 있다. “경제지표는 달라진 것이 없는데 도대체 왜 오르는 거죠?” “우리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그대로 따라간다면서요?” 이 물음에 해답을 못 찾은 사람들은 보유 주식을 팔거나 펀드를 환매한다. 올 들어 코스피지수가 138포인트(6.8%) 오르는 동안 외국인은 5조1900억여원어치를 순매수하고 개인은 4조3500억여원어치(환매 포함)를 순매도했다. 나중에 웃는 자는 누구일까?

한국 주식은 싸다. 역사적으로, 상대적으로 더욱 그렇다. 이 주장을 뒷받침할 수치는 널려 있다. 일본이 아베노믹스를 본격화한 2012년 말 이후 닛케이225지수는 두 배 이상으로 올랐다. 같은 기간 미국 다우와 독일 닥스지수도 60% 가까이 상승했다.

한국은 고작 8.5% 오르는 데 그쳤다. 코스피200의 주가수익비율(PER)은 9.8배에 머물고 있다. 미국 S&P500(18배), 일본 닛케이225(18배), 상하이종합지수(14배)보다 절대적으로 낮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은 현재 1.06배로 코스피지수가 900선을 맴돌 때와 비슷한 수준으로 추락해 있다.

그렇다면 왜 지금에서야 이 같은 저평가 상태가 부각되는 것인가. 두 갈래의 설명이 필요하다.

우선 미국의 경기회복과 양적완화 종료로 자금이 채권에서 주식으로 이동하는, 이른바 ‘그레이트 로테이션(great rotation)’이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만 하더라도 미국의 금리인상은 주식시장 안정성을 위협하는 요인이었다. 강(强)달러가 신흥국의 자금 이탈을 가속화하면 한국도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였다.

하지만 지난 15일 미국 중앙은행(Fed)이 시장 예상대로 올해 세 차례의 완만한 금리인상을 예고하자 글로벌 금융시장의 가장 큰 불확실성 하나가 사라져버렸다. “예고된 악재는 악재가 아니다”는 시장의 아포리즘처럼 이제 금융 부동산 원자재 시장을 돌아다니는 자금들은 질서정연한 진입과 퇴각 일정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미국이 역사상 이처럼 친절하게 금리 방향성을 설명한 적이 있던가.

그럼에도 한국의 많은 언론이 Fed 발표를 빌미로 국내 가계부채 우려를 집중 부각한 것은 심각한 방향 착오다. 핵심은 ‘예측가능한 관리’였는데 그 관리에 차질이 빚어지게 생겼다며 호들갑을 떤 꼴이다.

한국 주식이 각광받는 또 다른 하나는 상장사들의 실적이 그 어느 나라보다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연간 순이익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어섰다. 3년 전인 2013년(66조8000억원)에 비해 50% 이상 늘어난 것이다. 더욱이 올해 전망치는 무려 125조원 안팎에 이른다. 아직 1분기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성급한 것 아니냐고 반문할 만하다. 그럴 수 있다. 중국의 ‘사드 보복’과 한반도의 지정학적 불안, 5월 출범을 앞둔 새 정부의 정책 성향 등이 변수가 될 수 있다.

그럼에도 그동안 한국 기업의 수익 창출 능력이 몰라보게 달라진 것 또한 사실이다. 철강과 석유화학을 보라.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수익성 악화로 대규모 구조조정 압력을 받던 업종이다. 하지만 중국의 감산으로 시장이 정상화되자 그동안 고통을 참고 견뎌낸 보상을 달게 받고 있다. ‘대장주’ 삼성전자는 더 믿음직해졌다. 노무라증권은 올해 이 회사 영업이익을 무려 52조원대로 추산하고 있다. 한동안 부진을 면치 못한 현대자동차 주가도 꿈틀거리고 있다. 신흥국 텃밭인 브라질과 러시아 경제가 유가 상승으로 좋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주식시장은 선진국과 신흥국 증시가 동시에 호조를 보일 때 대세 상승의 흐름을 탔다. 지금 그런 조건이 만들어지고 있다. 최근 수출이 큰 폭으로 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다만 상장사들의 실적 호조가 거시경제 지표까지 끌어올릴지는 미지수다. 수출이 성장률에 기여하는 경로가 갈수록 약해지고 있는 데다 내수는 갖가지 규제 등으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가가 큰 폭으로 올라도 성장률은 제자리걸음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새 정부 당국자는 이 같은 금융과 실물의 괴리를 좁히는 데 남다른 관심을 둘 필요가 있겠다.

조일훈 증권부장 ji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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