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도원 기자 ] ‘적정’이라는 감사 의견을 받은 기업 중 상당수가 기업 존속이 불확실하거나 경영 상황 악화가 우려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보고서에 붙는 의견은 회계 기준에 어긋나지 않았는지를 판가름하는 기준에 불과한 만큼 투자 전에 회사의 재무 상황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감사인이 적시한 ‘강조사항’을 살펴보면 회사의 ‘아킬레스건’이 어디인지 파악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유동부채·결손금 ‘요주의’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대성합동지주는 지난 16일 공시한 감사보고서의 강조사항 항목에서 외부감사인(회계법인)으로부터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에 의문을 제기할 만한 중요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순손실 1300억원이 발생한 데다 1년 이내 갚아야 하는 유동부채가 1년 이내에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자산보다 6106억원 많다는 이유에서다. 이 같은 문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회사의 감사 의견은 ‘적정’이었다.
감사인은 회사 재무제표가 회계 기준에 어긋나지 않게 작성됐으면 ‘적정’을, 그렇지 않으면 ‘한정’이나 ‘부적정’, ‘의견 거절’ 등의 의견을 낸다. 재무제표에 등장하는 숫자가 정확하다면 ‘적정’ 의견을 받는 데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다만 투자자 의사결정에 중요한 참고가 될 만한 내용은 ‘강조사항’으로 별도 표기한다. 강조사항을 통해 감사인에게 지적을 받은 종목이 주식시장에서 제값을 받지 못하는 이유다.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키위미디어그룹은 누적 결손금이 1026억원에 달한다는 이유로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을 의심받았다. 이 회사는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연속 영업손실을 냈다. 상품권 유통업체 핫텍은 전환사채(CB)를 조기 상환해야 할 가능성이 지적됐다. 이 회사 전환사채는 전체 유동부채의 64.6%를 차지하고 있다.
◆미청구 공사도 유의사항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이 있더라도 강조사항이 기재된 사례가 있다. 패션업체 아비스타는 유동부채가 유동자산보다 31억원 많은 것이 이 항목에 적시됐다. 다만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에 영향을 주는 사안으로는 꼽히지 않았다.
디스플레이 부품업체 엘엠에스는 중국 낙정성광전유한공사 등 해외 자회사에 대한 매출채권 잔액이 총 750억원에 달한다는 점을 지적받았다. 특수관계자와의 거래에서 손실을 볼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건설사를 비롯한 수주업체에는 미청구 공사금액과 관련한 강조사항이 줄을 이었다. 미청구 공사는 계약할 당시보다 늘어난 공사비용 등을 발주처에 청구하지 못한 금액이다. 이를 회수하지 못하면 손실로 처리되기 때문에 수주업체의 ‘부실 뇌관’으로 평가된다.
사회간접자본(SOC) 시설공사를 주로 하는 중견 건설업체 서한은 미청구 공사금액이 매출채권의 약 53%라는 점이 강조사항으로 꼽혔다. 원자력발전소용 계측기 업체 우진은 미청구 공사금액이 총 자산의 7.3%여서 감사인의 지적을 받았다.
이정조 리스크컨설팅코리아 사장은 “상장사의 99% 이상이 적정 의견을 받기 때문에 감사 의견만으로는 옥석을 가리기 어렵다”며 “투자자들은 반드시 강조사항을 확인해 각종 재무위험을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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