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MIT가 만든 에드엑스 등 명문대 강의 누구나 무료 수강
연세대도 코세라에 25개 개설
정규등록금 4분의 1로 MBA도 프랑스 로레알 등 직원 재교육 활용
[ 박근태 기자 ]
길버트 스트랭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수학과 교수는 온라인 세계에선 최고 인기 강사로 통한다. 그가 개설한 ‘선형 대수학’ 강의는 지금까지 300만명이 넘는 사람이 들었다. 스트랭 교수가 이렇게 많은 제자를 두게 된 배경에는 MIT가 만든 오픈코스웨어(OCW)라는 온라인 강의 플랫폼의 역할이 컸다. 2012년 첫선을 보인 온라인 대중공개 강연(MOOC·무크)이 수년째 진화를 거듭하면서 고등교육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세계 최대 무크 플랫폼인 코세라를 비롯해 하버드대와 MIT가 함께 만든 에드엑스, 유다시티 등이 전 세계 수강생을 끌어들이기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온라인서 밀리언셀러 된 수학 강의
무크는 누구나 스마트폰과 PC를 통해 하버드대와 MIT·스탠퍼드대 같은 글로벌 명문대의 강의를 무료로 들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대다수 강좌는 돈을 내면 이력서에 올릴 수 있는 정식 수료증도 준다. 자연과학부터 공학, 외국어, 인문사회, 예술계열까지 다양하다.
과학, 정보기술(IT) 같은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분야와 경영학 분야에서도 힘을 발휘하고 있다. 찰스 세브란스 미시간대 교수가 개설한 파이선 강의는 100만명이 넘는 사람이 수강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컴퓨터 언어는 머신러닝과 데이터 분석, 학술연구 등에 폭넓게 사용할 수 있어 대학마다 앞다퉈 강좌를 열고 있다.
정종문 연세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가 코세라에 개설한 ‘IT기술 동향’ 강의도 수강생이 15만명을 넘었다. 스마트폰과 사물인터넷(IoT)에서 수집한 빅데이터 분야의 최신 내용을 다루고 있어 IT에 관심이 많은 인도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허준 연세대 오픈스마트에듀케이션센터장(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은 “교수는 기초적 내용을 가르치는 데 불필요한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연구와 새로운 학습활동 개발에 더 집중할 수 있고, 학생은 스스로 필요한 지식을 습득할 수 있어 대학 교육의 품질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 명문 대학들도 무크에 참여하고 있다. 중국은 베이징대와 칭화대가 주도해 코세라와 에드엑스에서 중국어 온라인 강좌에 나섰다. 일본은 도쿄대와 교토대가 각각 5개 정도 강의를 올렸다. 한국에서는 연세대와 KAIST가 코세라에 각각 25개와 6개 강의를, 서울대가 에드엑스에 9개 강의를 개설했다. 교육부 주도로 2015년 시작된 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좌(KMOOC)도 243개 강좌로 늘어났다.
◆정부, 기업 재교육으로 확산되는 무크
지난 수년 새 무크 시장에서는 유료 강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일리노이주립대 경영대학원은 지난해 정규 등록금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한 MBA(경영학 석사) 과정을 개설했고 존스홉킨스대도 무크 기반의 데이터사이언스 석사 과정을 신설했다. 온라인 수강생 중 80%는 새로운 지식과 전공을 습득하려는 대학 졸업생과 대학원생이다. 박사 학위 소유자도 7%에 이른다.
프랑스 로레알과 보스턴컨설팅그룹 등은 직원의 재교육에 온라인 공개 강연을 활용하고 있다. 미국은 300만명에 이르는 초·중·고 교사 연수에, 싱가포르 정부는 공무원 재교육에 무크를 도입했다. 한편에선 무크가 대학 시스템을 붕괴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클레이턴 크리스텔슨 하버드대 교수는 무크가 발전하면 미국 대학 중 25~50%가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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