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나라 때가 훨씬 '중국적'이었다
■기억해 주세요^^
明나라는 淸나라보다 영토는 작았지만, 관습, 언어, 인종 등이 훨씬 더 ‘중국적’이었다. 오늘날 중국 영토의 많은 부분은 청나라 때 비로소 중국의 영역으로 들어온 지역이다.
중국은 문명이다. 국가로 보기에는 지나치게 인구가 많고 영역도 넓다. 서쪽 신장지구의 터키계 이슬람 신도들과 불교 및 내세를 믿는 티베트 주민들, 농경문화와는 거의 접점이 없는 유목민들이 모두 ‘중국인’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이런 상황에서는 효율적인 통치를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삶의 양식이 완전히 다른 민족들이 ‘한 나라’로 묶여있기 때문이다.
한족으로 동질화가 가능한가
중국 문제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정치학자 로스 테릴(Ross Terrill)에 따르면 현재 상황을 유지하기 위해 중국 정부는 ‘단일성’에 집착한다. 동일한 역사와 동일한 풍습이 있다는, 존재하지 않는 허구를 사실로 포장한다. 예컨대 동서로 네 시간의 시차가 나는 데도 중국 정부는 단일 시간대를 고수하는 나라가 중국이다. 티베트 사람들은 베이징의 시간에 맞춰 ‘새벽 세 시’를 ‘아침 일곱 시’로 인정해야만 한다.
외부로부터 유입되는 정보가 없고, 중앙정부가 힘으로 각 지역을 누를 수 있다면 중국은 갈라지지 않는다. 문제는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세계 모든 지역의 정보교류와 경제교류 총량이 빠르게 늘어났다는 점이다. 과거의 방식은 거의 수명이 다 했다. 그렇다면 중국이 미래에 선택할 수 있는 대내 전략은 무엇일까. 첫째, 연방제 국가로 거듭나는 것이다. 법에 의거해 문화적 인종적 소수파에게 보다 너른 권리를 부여하는 방안이다. 각 지역의 독자성을 인정하고, 각 지역 주민들이 자신들의 권리와 권위가 존중받고 있다고 느낄 만큼 정치적 권력을 분산하는 방안이다.
둘째, 모든 소수민족의 문화를 한족(漢族)의 문화로 동질화하는 방안이다. 소수민족의 상실감을 달래줄 수 있는 길은 경제적 번영이다. 그들이 한족 문화의 동조자가 되거나 수동적 태도를 유지한다면, 대내적으로는 긴장이 증가하겠지만 나라가 갈라지는 결정적 위기는 비켜 갈 수 있다. 문제는 중국이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할 수 있는가, 소수민족에 혜택을 줘 그들의 독립의지를 순화한다는 정치적 결정이 한족 하류층에 어떤 반응을 불러올지 모른다는 점이다. 소수민족의 생활양식과 문화를 인위적으로 바꾸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라는 인류학적 의문점도 있다.
셋째, 명나라 이전 시기의 영토로 돌아가는 결정이다. 신장(동투르크스탄), 티베트, 네이멍구지역을 평화적으로 독립시키고 중국 정부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는 이웃국가로 만드는 것이다. 명(明)나라는 청(淸)나라보다 영토는 작았지만, 관습, 언어, 인종 등이 훨씬 더 ‘중국적’이었다. 사실은 청나라 자체가 만주족이 세운 나라이며 오늘날 중국 영토의 많은 부분은 청나라 때 와서야 비로소 중국의 영역으로 들어온 지역이다.
공산당 독재권력이 유효한가
넷째, 중국에 동시다발적 위기사태가 발생한다는 가정이 있다. 신장과 티베트 등에서 폭동이 발생하고 경제적으로 발달한 동부 해안지대에서도 소요사태가 일어난다는 시나리오다. 베이징과 대만이 극단적으로 대립한다면, 광둥성과 푸젠성은 홍콩, 대만과 연합하고 독립선언을 할 수도 있다. 경제성장의 둔화는 실업률을 높여 사회의 긴장도를 높이고, 서부와 남부에서 대규모 정치적 문제가 일어나는 경우 중앙정부의 문제 해결능력을 떨어뜨린다. 그렇다고 경제성장을 계속하자니 공산당이 독점하던 모든 권력의 상당 부분이 실질적으로 경제인들에게 돌아가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선거가 없는 일당독재를 계속하고 제국주의적 행태를 보이는 동시에 경제개발을 추진하기는 이제는 불가능하다. 그러기에는 중국 사회가 발전의 특정 단계를 넘어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정책을 계속한다면, 중국 내부로부터 정치적 저항이 격화되는 일을 피하기 어려울 터이다. 소련의 경우도 막강해 보이던 제국이 분해되기까지는 그리 오랜 세월이 걸리지 않았다.
세계 유수의 정치학자들은 두 번째와 세 번째 시나리오는 실현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예측한다. 사회적 비용이 너무 크거나 중국이 포기해야 하는 이익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연방국가로 가려면, 중국 공산당은 권력의 상당 부분을 내려놓아야 한다. 결정하기도 어렵겠지만, 결단의 시간도 그렇게 많지 않다. 네 번째 시나리오가 현실화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예상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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