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사자' 행렬이 잠시 주춤하다. 20일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들은 보유 주식을 팔고 있다.
하지만 증시 전문가들은 '바이 코리아' 열기가 여전히 식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코스피지수가 많이 올라 이날 차익실현 매물이 나왔지만, 순매도로 전환한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올해 차기 정부의 경기부양에 대한 기대감과 기업들의 이익 성장이 전망되고 있어서다. 달러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우호적이다.
◆ 그래도 바이코리아…왜?
이날 외국인 투자자들은 소폭 매도에 나서고 있다. 오전 10시50분 현재 외국인 투자자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680억원어치를 팔고 있는 중이다. 11거래일만의 순매도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주가지수가 많이 올랐기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들의 차익 매물이 나오고 있다"며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형주 위주로 매도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증권업계는 외국인들의 단기적인 수급 변화를 추세적인 현상으로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외국인은 이달에만 3조원 넘게 코스피 주식을 사들였다. 당분간은 순매수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국내 기업들의 실적이 늘고 있음에도 주가가 낮다는 점이다. 즉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이 매력적이라는 의견이다. 서보익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상장사들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사상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었고 올해는 24.8% 늘어난 126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반면 올해 예상 주가수익비율(PER)는 약 9.4배로 전세계 증시 중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전문가들은 달러 약세(원·달러 환율 하락)도 외국인 투자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고 봤다. 원·달러 환율이 1100원 선까지는 하락 압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서 연구원은 "지난 15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나타난 비둘기적 성향과 미국 트럼프 정부의 약달러 선호 정책이 맞물려 달러 가치는 당분간 약세가 예상된다"며 "경험적으로 2012년 이후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는 원·달러 환율 1100원대 중반 이하에서는 순매수 경향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 IT·에너지·은행주 주목
외국인 투자자들은 시가총액 대형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올해 외국인 비중이 확대된 업종은 철강, 화학, 의약품, 통신 등이다. 이들 업종은 지난해 대비 올해 영업이익 증가율 전망치가 높다.
가전, 정보기술(IT)하드웨어, 에너지, 은행 등도 순매수 강도가 컸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달부터 1분기 어닝시즌이 도래한다는 점과 외국인 순매수가 지속됐다는 점에서 IT, 에너지, 은행 업종에 대해 긍정적인 관점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종목으로는 LG이노텍, 엔씨소프트, LG전자, 금호석유, 삼성SDI, 코오롱인더, 두산밥캣, SK이노베이션, 하나금융지주, 삼성전기, KB금융 등에 관심을 가졌다.
반면 비철금속, 디스플레이, 호텔·레저, 운송 업종 등에 대해서는 보수적으로 대응할 것을 권고했다. 이들 업종은 외국인 순매수 범위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김 연구원은 "특히 디스플레이는 일본과의 경쟁, 호텔·레저는 중국 사드 규제 등 부정적인 이슈가 존재하므로 투자 시점을 좀 더 기다릴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강조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기업의 환율관리 필수 아이템! 실시간 환율/금융서비스 한경Money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