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발에 차이는 게 호텔…허물고 주거시설 짓는 곳 속출

입력 2017-03-20 18:41   수정 2017-03-21 06:47

'호텔 열풍'이 지나간 자리
서울 비즈니스호텔 객실 66% ↑
경쟁 치열해지면서 매물 쏟아져
경매로 넘어간 곳도 수두룩

임대주택·고급 빌라로 변신
논현동 다이너스티 호텔
강남권 첫 역세권 청년주택으로
엘루이호텔은 최고 180억 빌라로



[ 윤아영 기자 ] 서울 시내 호텔이 오피스텔 고급빌라 임대주택 등 주거시설로 변신하는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다. 4~5년 전 호텔 신축 열풍이 불었던 것과는 대조적인 양상이다. 호텔 공급과잉 우려, 중국인 관광객(유커) 감소 등이 원인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호텔 자리에 주거시설 속속 들어서

지난 15일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는 강남구 논현동 202의 7 다이너스티관광호텔을 제3종 일반주거지역에서 일반상업지역으로 용도지역을 변경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2030 청년 역세권주택’의 일환으로 강남권 최초 역세권 청년주택을 짓기 위해서다. 서울시 관계자는 “당초 건물주는 호텔 증축을 통해 숙박업을 이어나갈 예정이었지만 인근에 호텔이 넘쳐나자 결국 용도를 임대주택으로 변경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청담동의 엘루이호텔은 최고급 주거시설인 ‘더 펜트하우스 청담’으로 변신하기 위해 이달 말 철거된다. 시행사는 최고층 펜트하우스를 역대 최고가인 180억원에 분양할 예정이다. 시행사 관계자는 “호텔 대신 고급 빌라로 재건축하는 것이 수익성이 높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삼성동에서 1989년에 개관한 그린그래스관광호텔은 ‘삼성동 롯데캐슬 클라쎄’ 오피스텔로 새로 태어난다. 서울 지하철 2호선과 분당선 환승역인 선릉역이 도보 2분(약 100m) 거리인 초역세권 입지다. 시행사인 에이앤비홀딩스의 반용태 대표는 “유흥업소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면서 테헤란로 일대에서 호텔 숙박 수요가 줄어들었다”며 “역세권 입지를 살려 오피스텔로 전환하면 알짜 수익형부동산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미래에셋금융그룹이 마포구 서교동 합정역(지하철 2·6호선) 인근에 짓는 역세권 청년주택도 당초 호텔을 지으려던 계획을 변경한 경우다. 이랜드그룹은 당초 이곳에 시내면세점과 호텔, 상업시설 등 복합시설을 지을 계획이었으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이 땅을 매각했다. 새 주인이 된 미래에셋금융그룹은 공급 과잉우려가 높은 호텔 대신 임대주택을 짓기로 했다.

◆쏟아지는 비즈니스호텔 매물

서울 시내에는 최근 4~5년 동안 호텔이 우후죽순 들어섰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5년 말 기준 비즈니스호텔 객실 수는 4만1640개다. 2011년 말(2만5160개)에 비해 66% 증가했다. 유커가 몰리는 서울 명동에는 작년 한 해만 2000개가 넘는 객실이 공급됐다. 롯데호텔은 지난해 롯데시티호텔명동, L7명동 등을 개장했다. 프랑스 호텔체인 루브르호텔그룹의 골든튤립호텔, 메리어트의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남대문, 하나투어가 운영하는 티마크그랜드호텔 등도 문을 열었다.

홍대입구역(2호선)과 합정역 사이에도 비즈니스호텔이 대거 들어서고 있다. 동교삼거리에서 합정역까지 이어지는 양화로 약 1.6㎞ 구간에서 호텔 11곳이 신축 중이다.

특급 호텔 공급도 늘어나는 추세다. 강남 봉은사로 인근에는 올해 재개장하는 리츠칼튼, 쉐라톤 서울 팔래스 강남, 포 포인츠 서울 강남 등 특급호텔들이 들어선다.

비즈니스호텔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익성이 낮아지자 지난해부터 비즈니스호텔이 매물로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일부 비즈니스호텔이 부동산공모펀드로 매각됐다. 티마크그랜드명동호텔은 하나자산운용이 부동산공모펀드를 설립해 매입했다. 제이알투자운용이 리츠로 운용 중인 명동 스카이파크호텔 2호점과 센트럴점은 올해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다. 한 부동산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동대문, 강남 등에서 숙박률이 예상보다 낮아진 호텔들이 매물로 나오고 있다”며 “기관투자가들이 투자를 꺼려 매각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경매로 나오는 호텔도 등장하고 있다. 을지로 아카시아호텔, 관수동 써튼호텔, 논현동 세울스타즈호텔 등이 경매시장에서 팔렸거나 경매절차를 밟고 있다. 무리하게 대출에 의존해 신축했다가 금융비용 부담을 이기지 못한 경우가 많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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