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 프랜차이즈?…1년도 못 간 '대왕카스테라 열풍'

입력 2017-03-20 19:14   수정 2017-03-21 09:13

초기 대만 여행객에 입소문…반년만에 브랜드 30개 넘어

한 TV프로서 제조법 고발
"식용유 문제 없다" 항변에도 가맹점 매출 반토막…폐점도

벌집아이스크림·저가주스도 급격히 몸집 불리다 위기



[ 배정철 기자 ] ‘정직하게 만들지 않으면 팔지 않겠습니다.’

지난 12일 한 방송 프로그램이 ‘대왕카스테라’ 제조법을 고발하자 판매점마다 이런 글귀의 현수막(사진)들을 내걸었다. 하지만 카스테라를 사러 오는 손님은 뚝 끊겼다. 대왕카스테라를 저가 식용유로 만든 ‘기름빵’으로 묘사하는 방송이 나간 뒤 250여곳에 달하는 대왕카스테라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매출은 반토막났다. 문을 닫은 가맹점주도 생겼다. 그러나 한편에선 “대왕카스테라는 원래 식용유로 만드는 빵”이라는 옹호론도 나와 논란이 커지고 있다.

◆대왕카스테라 급성장과 위기

종합편성채널인 채널A는 지난 12일 ‘먹거리X파일’ 프로그램을 통해 대왕카스테라의 제조법을 방영했다. “한 대왕카스테라 업체가 원가 절감을 위해 반죽에 버터 대신 다량의 식용유와 화학첨가제를 썼다”며 “대왕카스테라 촉촉함의 비밀은 다량의 식용유”라고 폭로했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기름 덩어리에 속았다”거나 “충격적인 제조법”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대만 단수이 지방에서 건너온 대왕카스테라는 작년 8월 한 방송에 소개된 뒤 반년 만에 30여개 브랜드가 생겼다. 대만카스테라 프랜차이즈는 하나같이 ‘대왕카스테라’라는 이름을 사용해 모든 브랜드가 똑같이 인식되고 있다. ‘단수이 대왕카스테라’ 프랜차이즈의 한 점주는 “방송이 나간 뒤 하루에 6000원짜리 카스테라 한 덩어리를 팔거나 하나도 못 파는 날도 있다”고 하소연했다. 대왕카스테라 가맹점주였던 강모씨는 지난 15일 채널A 시청자 게시판에 “매장 매출이 90% 급감해 문을 닫게 됐다”고 성토했다.

◆식용유 정말 나쁜가

논란의 핵심은 카스테라에 식용유가 들어가면 해로운가 하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카스테라에 식용유를 쓰는 것은 오래된 제조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카스테라는 크게 일본 나가사키 방식과 대만식으로 나눌 수 있는데 나가사키 카스테라엔 버터를 주로 넣고 대만식 카스테라에는 식용유가 쓰인다는 설명이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기름을 쓰는 것 자체가 부도덕하다고 보는 건 문제가 있다”며 “식용유를 넣지 않으면 이처럼 부드러운 식감이 나올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방송에서 대왕카스테라와 비교한 시중 카스테라는 기름 함유량이 낮은 대신 당과 열량이 높다”며 “유화제나 액상계란을 사용하는 것도 문제될 건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처음부터 대왕카스테라 업체들이 소비자들에게 식용유를 쓴다고 정확히 알렸으면 피해를 줄였을 수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벌집 아이스크림 등도 논란

프랜차이즈 중에서는 대왕카스테라처럼 급격히 몸집을 불려가다가 직격탄을 맞은 경우가 많다. 2013년에는 벌집아이스크림이 파라핀이 들어가 있다는 논란으로 사양길에 접어들었다. 작년 유행한 저가 주스 업체는 설탕 과다 첨가와 용량 논란을 겪었다. 장사만 되면 자영업자들이 뛰어들어 과당경쟁으로 몰리는 구조가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방송에 나온 한 카스테라업체도 다른 업체와 차별화가 안 돼 계란과 우유만 사용해 만들었다는 과장광고를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만 단수이카스테라 관계자는 “과장광고는 부도덕하고 지양돼야 하지만 정직하게 빵을 만드는 사람들도 있다”며 “이들을 불량식품을 만드는 업자처럼 몰아붙이지는 말아 달라”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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