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제강, 63년을 기다렸다…지구 반바퀴 돌아온 '쇳물의 꿈'

입력 2017-03-22 18:08   수정 2017-03-23 11:00

브라질 CSP제철소 슬래브, 49일 만에 당진항 도착
연 60만t 들여와 후판 생산

장세욱 "3대 숙원사업 결실"…컬러강판 등 설비 증설 검토



[ 안대규 기자 ]
5만8751t의 슬래브(철강 반제품)를 실은 선박 타이거홍콩호가 브라질 CSP제철소에서 출발해 대서양, 인도양을 건너 49일 만인 지난 17일 충남 당진항에 도착했다. 동국제강은 설립 63년 만에 처음으로 자체 고로(CSP제철소)에서 생산한 슬래브를 당진공장에 투입, 후판 생산을 시작했다. 동국제강이 CSP제철소 설립을 추진한 지 12년 만에 첫 결실을 보게 된 것이다. 고(故) 장경호 창업주에 이어 고 장상태 명예회장, 장세주 회장 등 동국제강 오너 3대에 걸친 ‘고로제철소의 꿈’도 이뤄지게 됐다.

◆세계 최장 철강벨트 구축

22일 당진에서 열린 입고식에는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과 에두아르두 파렌치 CSP제철소 사장 등 70여명이 참석해 입고를 축하했다. 장 부회장은 “오랜 꿈이던 CSP제철소의 슬래브가 지구 반 바퀴(1만9738㎞)를 건너 도착했다”며 “자체 슬래브 조달과 외부 판매를 통해 흑자경영을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국제강은 세계 철강업계에 유례가 없는 최장 거리의 철강벨트를 구축하게 됐다.

CSP제철소는 브라질 북동부 세아라주의 페셍 산업단지에 축구장 1372개가 들어가는 규모(990만㎡)로 건설된 연산 300만t급 제철소다. 세계 최대 철광석 공급회사인 브라질의 발레와 동국제강, 포스코가 합작해 총 55억달러를 투자한 한국과 브라질 간 대규모 경제협력 프로젝트다.

동국제강은 작년 6월 이 제철소 고로에 화입(火入)을 한 뒤 9월 슬래브 상업생산에 성공, 세계에 슬래브를 수출하기 시작했다. 슬래브란 고로에서 나온 쇳물로 만든 철강 반제품으로 이를 압연해 후판과 열연 등 선박, 건축, 교량용 철강재를 만든다.

동국제강은 지난달 말 기준 124만t 이상의 슬래브를 CSP제철소를 통해 세계에 판매했으며 이번에 입고되는 5만8751t을 시작으로 올해 총 25만~30만t, 내년 60만t을 당진에 들여올 예정이다. 이를 통해 상당한 수입 대체 및 매출 확대 효과를 볼 전망이다. 동국제강은 이제까지 연간 120만~150만t 정도의 슬래브를 수입해왔다.

동국제강은 자동차강판용 슬래브나 유정강관용 슬래브 등 고급강 생산 비중을 2017년까지 30%로 올려 수익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곽진수 동국제강 상무(CFO)는 “그동안 돈을 주고도 구하지 못했던 강종을 얻게 됐고, 글로벌 시장 판매로 상당한 수익이 나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선 슬래브 가격이 현재 수준인 t당 400달러 이하로 떨어지지 않으면 연간 4000억원의 매출과 100억원의 영업이익이 더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보호무역주의에 공격적 대응”

2005년 장세주 회장이 브라질 발레와 양해각서(MOU)를 맺으면서 시작된 CSP제철소는 12년의 대장정 끝에 나온 성과다. 2014년 동국제강이 채권단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고 검찰 수사로 장 회장이 구속되면서 한때 사업 추진에 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장 회장의 동생인 장세욱 부회장이 경영권을 이어받아 끈질기게 밀어붙였다. 동국제강이 해외 고로제철소 설립을 추진한 것은 국내에서 여러 차례 쓴맛을 봤기 때문이다. 1962년 정부의 고로제철소 설립 정책에 맞춰 도전했으나 포스코 탄생으로 무산됐고, 1978년 인천제철 민영화에 도전했으나 현대제철에 뺏겼고, 제2제철소 건설사업에서도 포스코 광양제철소에 자리를 내줬다.

장 부회장은 “아연도금강판과 컬러강판 등의 생산설비 증설을 검토하고 있다”며 “보호무역주의에는 공격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진=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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