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락근 기자 ] “사람마다 유전적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잘 듣는 약도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같은 해열제라도 타이레놀을 처리하는 단백질에 손상이 있는 사람은 타이레놀보다 부루펜이 더 잘 맞습니다.”
김주한 서울대 의대 정보의학실 교수(사진)는 재미사업가 이일송 싸이퍼롬 대표와 함께 2015년 미국에서 바이오 벤처기업 싸이퍼롬을 세웠다. 김 교수가 기술 개발과 연구를 담당하고 이 대표가 경영을 맡고 있다.
싸이퍼롬은 올해 안에 미국에서 타액이나 혈액으로 유전체를 분석한 뒤 약물 적합성을 찾아주는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이 서비스를 활용하면 약을 먹기 전 부작용 발생 여부도 미리 확인할 수 있다. 김 교수는 “1000달러만 내면 시중에 나와 있는 5000여종의 의약품 중 어떤 게 효과가 있고 어떤 게 부작용을 일으키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싸이퍼롬에서 출시할 약물 적합성 판별 서비스의 정확도는 80%를 넘는다. 기존에는 특정 항암제에 의한 돌연변이 발생 여부를 판별하는 기술은 있었지만 해열제, 진통제 등 일반의약품의 약물 효과를 한 번에 알 수 있는 기술은 없었다.
약물 부작용 사고를 줄이는 것은 미국 의료보험업계의 화두다. 미국 최대 의료보험 업체인 카이저퍼머넌트에 가입한 입원 환자 110만명 중 약물 부작용이 원인인 환자는 7만4000명에 달한다. 김 교수는 약물 적합성 판별 서비스로 부작용을 상당수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때문에 카이저퍼머넌트, 가이징거헬스케어 등 미국 보험사들이 싸이퍼롬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김 교수는 “의료수가가 일률적으로 정해진 한국과 달리 의료비가 비싼 미국 보험사들은 비용 절감에 혈안이 돼 있다”며 “미국 시장을 첫 시험대로 선택한 이유”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유전자를 분석하는 정보의학 전문가다. 국내에서 개념조차 생소하던 정보의학과가 서울대 의대에 생긴 2001년부터 지금까지 유전자 분석에 매달려 왔다. 약물 적합성 판별 서비스는 그 결과물이다.
싸이퍼롬은 녹십자 등 국내외에서 총 85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미국 시장에 선보일 서비스 상용화 작업도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병원 중 하나인 샌타클래라 밸리 메디컬센터에서 막바지 임상 검증을 하고 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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