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안희정 '네거티브' 충돌…루비콘강 건너나

입력 2017-03-22 19:19   수정 2017-03-23 05:14

호남 경선 앞두고 '페북 글' 격돌

안희정 "문재인, 정 떨어지게 해…그러면 집권세력 못된다"
문재인 "내부균열 안돼…네거티브 만큼은 하지 말아야"
이재명측 "文, 캠프·지지자에게 먼저 강하게 요구했어야"



[ 김기만 기자 ]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의 ‘네거티브 책임론’을 둘러싼 갈등의 골이 한층 깊어지고 있다. 안 지사가 “자신들의 발언은 정책 비판, 타인의 비판은 네거티브인가”라며 “정 떨어지게 한다”고 문 전 대표를 정면 공격하고 나섰고, 문 전 대표는 맞대응을 피하면서도 “네거티브는 안 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안 지사는 22일 새벽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문 전 대표의 ‘전두환 장군 표창’ 발언을 지적한 사람들을 네거티브로 모는 것은 타인을 질겁하게 만들고 정 떨어지게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안 지사는 “문 전 대표는 끊임없이 나의 발언을 왜곡하거나 왜곡된 비난에 편승해서 교묘히 공격했다”며 “자신들이 비난당하는 것은 모두가 다 마타도어이며 부당한 네거티브라고 상대에게 역공을 취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미워하면서 결국 자신들도 닮아버린 것은 아닐까”라며 “그런 태도로는 집권세력도 될 수 없고 정권교체와 성공적인 국정운영도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안 지사는 전북도의회에서 한 기자회견에서도 “적폐 세력과 손잡는다는 일관된 미움과 분노에 기반해 저의 건설적인 정책 대안을 정치적 야합으로 호도하는 공격은 부당하다”고 비판했다. ‘문 전 대표의 아들 채용 관련 문제 제기는 네거티브인가’라는 질문에 “검증 과정에서 국민과 언론인의 의문이 다 네거티브라고 생각하진 않는다”며 “어떤 문제 제기에도 후보는 답을 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 아들의 특혜채용 의혹에 문 전 대표 측이 허위라고 반박하는 태도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문 전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우리 내부적으로 균열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후보든 후보 주변 인물이든 네거티브만큼은 하지 말자는 당부를 다시 한번 드리겠다”고 응수했다. 문 전 대표는 “우리가 상대해야 할 세력은 적폐세력과 부패특권 구조”라며 “그 세력과 구조를 우리가 이겨내고 깨기 위해서는 우리끼리 한 팀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달 안 지사의 ‘선한 의지’ 발언 때 문 전 대표가 공격하고 안 지사가 수비하던 상황과는 정반대다. 당시 문 전 대표는 “안 지사의 말에 분노가 빠져 있다. 분노는 정의의 출발이며, 불의에 대한 뜨거운 분노가 있어야 정의를 바로 세울 수 있다”고 공격했다. 20% 전후로 급상승하던 안 지사의 지지율은 논란 이후 급락했다. 양측이 정면충돌하면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온다.

이재명 성남시장 측도 문 전 대표 비판에 가세했다. 대변인인 제윤경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상당수 경쟁자가 문 전 대표와 경쟁하다 돌아서 안 지사와 비슷한 말을 한다”며 “대세론이라고 할 수 있는 문 후보 지지자들이 의원이 조금만 반대 의견을 제시해도 ‘리스트’를 유포하고 수천통의 문자와 입에 담기 어려운 후원금을 보내는 게 사실이다. 당에서 제재도 심각하게 검토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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