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병훈 기자 ] “아는 것이 힘이라는 말처럼 요리도 아는 만큼 맛있게 먹을 수 있습니다. 예컨대 고기가 어떻게 구워지는지를 알면 육즙이 밖으로 빠져나오지 않게 하고 더 부드럽게 익힐 수 있죠. 맛있는 요리를 먹는다는 건 삶을 그만큼 더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강민 전북대 분자생물학과 교수가 요리와 연관된 과학 얘기를 재밌게 풀어낸 책 《나는 부엌에서 과학의 모든 것을 배웠다》(더숲)를 냈다. 2013년 전북대에 분자요리학 수업을 개설해 강의하고 있는 그는 저녁에는 아내와 함께 운영하는 가정식 레스토랑 ‘빌바오’에서 셰프로 일한다. 과학을 공부하기 위해 유럽 미국 아프리카 등에서 젊은 시절의 3분의 1을 보냈다. 이때 다양한 식문화를 접하며 ‘요리 과학’에 푹 빠졌다. 이 교수는 “씹는 맛, 목 넘김, 부드러움은 물리적인 현상이고 풍미와 색은 화학적인 현상”이라며 “요리를 전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물리학·화학·생화학·미생물학·생리학·인문학적인 해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 책에서 요리를 분자 수준으로 해체하고 분석, 재조합함으로써 독자가 요리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생선 요리에 생강을 곁들여 먹으면 왜 비린내가 덜 나는지를 후각이라는 생리학적 관점에서 풀어내는가 하면 김장할 때 배추를 소금으로 절이는 이유는 삼투현상으로 설명한다. “향은 소금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습니다. 식재료의 향을 지닌 분자는 대부분 세포벽에 붙어 있는데 소금을 사용하면 세포벽에 있는 향 분자가 밖으로 빠져나옵니다. 온도를 높여도 향은 진해집니다. 커피를 에스프레소로 내려 바로 마시면 향이 굉장히 좋은데 차갑게 해서 마시면 향이 사라지는 건 그 때문입니다.”
이 교수는 “분자요리학 강의를 하다 보니 학생들의 반응이 매우 좋아 그 내용을 묶어 책으로 냈다”며 “전공자라야 이해할 수 있는 어려운 내용은 빼고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만 담았다”고 말했다.
끼니를 대충 때우는 사람이 많아지는 현상에 대한 안타까움도 드러냈다. 그는 “혼자 살면 음식도 혼자 먹을 수 있지만 반찬통을 그릇째 내놓거나 찌개를 냄비째 식탁에 올려놓고 먹어서는 안 된다”며 “정성스레 한 요리를 좋은 그릇에 담아 먹어야 스스로의 자존감을 높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192쪽, 1만2000원)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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