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예술하듯 일하면 사업 돌파구 보인다

입력 2017-03-23 18:51  

아트씽킹

에이미 휘태커 지음 / 정지현 옮김 / 예문아카이브 / 344쪽│1만5000원



[ 최종석 기자 ] 1959년 의대생 토머스 포가티는 막힌 혈관을 뚫어주는 의료기구 ‘풍선 카테터’를 다락방에서 만들고 있었다. 설계를 마쳤지만 큰 난관이 있었다. 당시에는 라텍스와 비닐을 붙이는 접착제가 없었다. 고민하던 포가티는 학교를 빼먹으며 배웠던 낚시를 떠올리고 해결의 돌파구를 찾았다. 낚시를 할 때처럼 두 기구로 매듭을 지었다. 풍선 카테터의 등장은 심혈관 수술의 획기적인 전환을 가져왔고 해마다 30만명의 목숨을 구하는 의료기구가 됐다.

포가티의 아이디어는 일과 여가를 따로 구분하지 않고 결합한 상상력의 결과물이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예술대, 뉴욕시각예술대 등에서 경영학과 예술학을 가르치는 에이미 휘태커는 《아트씽킹(Art Thinking)》에서 비즈니스와 일상생활에서 창의적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예술적 사고, 즉 아트씽킹에 대해 소개한다.

저자는 아트씽킹의 단계로 넓게 보기, 과정 즐기기, 등대 찾기, 보트 만들기, 함께하기, 집 짓기, 전체 그리기 등 7가지를 제시한다. 첫 번째 단계인 넓게 보기는 창조적인 과정을 위한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그림은 작품의 중심이 되는 전경과 이를 둘러싼 배경으로 이뤄져 있다. 초점이 맞춰진 전경과 의도적으로 남겨진 배경이 조화를 이뤄야 훌륭한 작품이 된다.

마찬가지로 창조적인 사고에도 빈 공간의 효과가 중요하다. 구글은 근무시간의 20%를 좋아하는 일에 몰두할 수 있게 시간을 제공한다. 엔지니어 폴 부케이트는 20%의 시간을 활용해 자기가 만들고 싶었던 ‘애드센스’ 프로젝트 작업에 착수했다. 검색어와 맞춤 광고를 연결해주는 이 프로그램은 구글에 가장 많은 수익을 안겨주는 비즈니스 모델이 됐다.

예술은 효율성이라는 개념을 다르게 정의한다. 사진술의 발명 이후 그림은 의도된 비효율 행위가 됐다. 정보화 시대는 효율성의 의미를 바꿔 놓았다. 세계적 패션 브랜드인 자라는 공장을 최대한으로 가동하지 않는다. 트렌드에 빠르게 반응할 수 있도록 공장 가동능력을 50~85% 정도 보류해둔다. 매장들에서 잘 팔리는 제품에 대한 피드백을 받아서 여분의 가동능력으로 인기 제품을 더 많이 생산한다. 현대사회의 빈 공간은 새로운 것을 채우기 위해 시장에 꼭 필요한 도구가 됐다는 것이다.

아트씽킹의 또 다른 단계인 ‘과정 즐기기’는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고 과정에 집중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창작물을 결과를 보고 판단하지만 예술가는 그 과정에서 수없이 덧붙이고 수정하는 작업을 한다. 화가는 캔버스 앞에 있을 때 붓이 닿을 만큼 가까이 다가가기도 하고 멀찍이 떨어져서 전체 그림을 바라보기도 한다. 호기심 넘치는 관찰 행위와 작품을 만드는 행위를 수없이 거치며 창조적 결과물을 향해 나아간다.

‘등대 찾기’ 단계는 제대로 보이지 않는 캄캄한 과정에 놓여 있을 때 길을 찾는 방법을 말한다. 비즈니스가 질문의 해답을 최대한 활용하는 쪽이라면 예술은 끊임없이 질문을 만들어내는 쪽이다. 저자는 “개인의 진정성이 담긴 질문이 앞으로 나아갈 길을 인도해주는 등대가 된다”고 전한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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