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원화 가치가 상승하고 있다. 원화 강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케어'의 의회 표결이 미뤄지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원화 강세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대형 수출업체들은 골머리를 앓게됐다. 하지만 중형주에게는 기회다. 증시 전문가들은 원화 강세장 속에서 그동안 소외받던 중형주가 재조명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 원화 강세·수출 둔화…대형주 보다 중형주
미국 공화당 지도부는 23일(현지시간) 실시할 예정이던 트럼프케어에 대한 하원 표결을 연기했다. 공화당 강경보수파 의원들의 반대가 거셌기 때문이다. 트럼프케어는 오바마 전 대통령의 '오바마케어'를 대체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건강보험법이다. 이 법안 추진에 제동이 걸리면 트럼프 대통령이 약속한 재정 정책과 인프라 투자 정책, 세제 개편안 등도 함께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원화 가치가 오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120원대에서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24일 오전 10시55분 현재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70원 오른 1123.20원에 거래중이다. 환율이 1200원대였던 연초와 비교해보면 3개월여만에 원화 가치는 약 7.3% 급등했다.
원화 강세가 이어지면서 대형주의 주도력이 주춤해지고 중형주의 매력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변준호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여름까지 추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업들이 1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어닝시즌을 기점으로 중형주가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대형주에는 대부분 수출주가 중형주에는 내수주가 많다. 환율이 떨어지면 수출 업체들에게 불리할 것이라는 심리가 형성된다. 매출 규모가 줄수 있어서다. 변 연구원은 "원화 강세장에서는 투자자들의 관심이 수출주에서 내수주로 옮겨오면서 중형주가 장세를 주도할 수 있다"며 "특히 중형주는 원달러 환율 1100원대 초반부터 아웃퍼폼(수익률 상회)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수출 회복세 둔화 가능성도 중형주에 대한 관심도를 높인다. 김현석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수출 증가율은 기저효과가 사라지는 3월부터 둔화될 것"이라며 "수출 회복세 약화는 지난 1년 동안 이어져온 대형 수출주 중심의 시장 색깔이 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 자동차 부품주 추천
중형주를 다수 포함하고 있는 업종들을 중심으로 향후 이익흐름을 가늠해볼 수 있는 이익수정비율이 개선되는 추세다. 변 연구원은 "건설, 기계, 증권, 호텔·레저, 운송, 유통 등 실적 시장심리(센티멘트)가 양호한 업종들의 이익수정비율이 개선되고 있다"면서 "반면 제약, 보험, 음식료 등은 아직 부진하다"고 전했다. 이어 "실적 기대감이 높은 업종을 중심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먼저 쏠린 뒤 나머지 업종으로 관심이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연구원은 경기 민감주 내 소외받고 있는 업종, 종목군으로 관심을 기울이라며 자동차 부품 업종을 추천했다. 그는 "글로벌 경기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국면에 진입하고 있어 경기 민감주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며 "최근까지 완성차 대비 반등폭이 미진했던 자동차 부품 업종에 눈을 돌려보라"고 조언했다.
추천 종목으로는 에스엘, 우리산업, 엠에스오토텍을 꼽았다. 김 연구원은 "다양한 고객을 추가적으로 확보해 완성차 이상의 성장세를 보인 종목들"이라며 "올해 수요가 견조한 신흥국에 투자했다는 점도 투자 포인트"라고 강조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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