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선 생소한 밥솥·김치냉장고
복잡한 요소 빼고 한국미 더해
가치 중심 디자인…소비자 선택
[ 김하나 기자 ] 삼성전자 LG전자 같은 글로벌 기업 틈바구니에서 살아가는 중견 전자기업의 경쟁력은 뭘까. 답은 디자인에 있었다.
한경닷컴은 김치냉장고 ‘딤채’로 알려진 중견 가전업체 대유위니아의 최헌정 디자인센터장을 만나 ‘디자인 경영’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대유위니아는 지난해부터 기존 김치냉장고와 냉장고 디자인을 확 바꾼 것은 물론 ‘딤채쿡’이라는 브랜드로 전기압력밥솥 시장에 뛰어들었다. 딤채쿡은 시장 진입 1년 만에 점유율이 10%에 육박하는 성과를 거뒀다. 눈에 띄는 컬러와 소비자의 경험을 반영한 사용자환경(UX) 디자인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딤채쿡과 김치냉장고 ‘딤채 마망’은 독일의 ‘2016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서 제품 디자인상을 받았다.
하지만 디자인이 인정받기까지 쉽지만은 않았다는 게 최 센터장의 얘기다. 그는 “김치냉장고와 밥솥은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 상품 카테고리(분류) 자체가 없었다”며 “밥솥은 ‘쿠커’로, 김치냉장고는 ‘냉장고’ 카테고리로 출품해 상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복잡한 요소를 빼고 한국적인 느낌을 더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최 센터장은 “딤채쿡 유기골드는 전통의 가마솥 형상을 모티브로 유기그릇의 품위 있고 고급스러운 점과 견고함을 표현하려고 했다”며 “딤채 마망은 문의 하단부를 곡선형으로 처리했는데, 이는 한옥의 처마 끝에서 따온 디자인”이라고 말했다. 가전업계에서 디자인 트렌드는 ‘안심’과 ‘공감’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디자인 업계에서는 옥시나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사태 등을 통해 ‘안심’이라는 키워드가 부각됐다. 가전제품의 성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했지만 동시에 소비자는 과도한 스펙에 지쳤다고 보고 있다. 소비자들은 유행을 무조건 좇기보다는 자신이 진정으로 안심하고 공감하는 제품을 선택하기 시작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남들이 사니까’가 아니라 ‘내가 봤을 때 가치가 있으니까’가 더 중요한 선택의 요소라는 얘기다.
최 센터장은 앞으로의 제품도 다들 살 만한 무난한 디자인보다는 가치를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는 디자인을 선보이겠다고 전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