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의 눈길을 잡아라
"내 마지막 토익시험" 영단기 광고, 목표 고객층 속마음 정확히 읽어
기존 고객을 유지하라
타깃별 특성 맞춘 인센티브 제공…전환비용으로 '고객 포획' 할 수도
기업-고객 '공동 창조' 시대
고객 존중·진정성 있는 소통으로 브랜드를 사랑하는 팬 만들어야
점점 삭막해지는 세상에서 ‘소통’ 능력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가정과 학교, 직장, 동호회 등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라면 어디서나 소통 능력이 뛰어난 사람 또는 조직이 인기를 얻고 관계망의 중심이 된다.
마케터에게도 소통은 매우 중요하다. 마케터는 효과적인 소통을 통해 고객과의 관계를 잘 관리할 수 있다. 고객관계관리(CRM: 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에서 첫 번째 단계는 고객과의 관계 형성을 통한 ‘고객 획득’이다. 이를 위해서는 고객의 ‘관심’을 얻어야 한다. 광고와 홍보가 범람하는 가운데 고객의 눈길을 끌기 위해서는 고객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미국 최대 입시교육기업인 프린스턴리뷰를 인수해 화제가 된 에스티유니타스는 2010년 설립 후 6년 만에 연 매출 4000억원을 달성해 교육 서비스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에스티유니타스의 주력 상품 ‘영단기’ 광고에는 입사 면접시험에 응시한 젊은이들이 출연해 “(그것이) 내 마지막 토익시험이었습니다”, “시간이 남는 토익시험은 처음이었습니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스펙을 쌓기 위해 영어시험을 준비하면서 고생하는 취업준비생들의 속마음을 읽고 아마도 그들이 가장 하고 싶을 멘트를 전면에 내세워 타깃 고객층의 관심을 끌었다. 이 밖에도 광고 제작 시 정적인 이미지보다는 동적인 동영상 활용, 밝은 색채와 튀는 디자인의 적절한 사용, 유머 코드 또는 흥미로운 요소 삽입 등을 통해 고객의 관심을 좀 더 얻을 수 있다. 때로는 금전적 이득을 제공해 고객을 모집하기도 하는데, 이를 고객 획득 비용이라 한다.
두 번째 단계는 고객과의 관계를 잘 관리해 고객을 ‘유지’하는 것이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고객을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이 새로운 고객을 획득하는 비용보다 훨씬 적다고 한다. 고객 유지를 위해 고객충성도 또는 로열티(loyalty) 제고 프로그램을 사용하게 되는데, 예컨대 회원카드를 작성해 구매 데이터를 기록하고 일정 횟수 또는 일정 금액 이상 구매 시 할인혜택을 주거나 무료로 제품·서비스를 제공하는 식이다.
고객 유지를 위한 또 하나의 방법은 ‘전환비용’을 만들어서 소비자를 포획 또는 록인(lock-in)시키는 것이다. 온라인 포토 공유 및 프린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셔터플라이는 잠재고객이 자사 웹사이트에 가입 시 각자의 개인계정에 사진을 용량 제한 없이 올릴 수 있도록 허용한다. 셔터플라이의 서비스를 2~3년 정도 쓰고 나면 상당히 많은 양의 개인사진을 셔터플라이 서버에 이미 올려놓았기 때문에, 다른 회사의 서비스로 갈아타려면 사진 파일을 새로운 서버로 옮기는 데 들어갈 시간과 수고가 만만치 않다. 이는 고객이 느끼는 전환비용의 역할을 하므로, 호시탐탐 고객을 채가려고 노리는 경쟁사에 대항해 그간 쌓아온 고객 베이스를 지키는 데 유용하게 작용한다. 따라서 서버용량을 공짜로 제공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사실상 고객자산을 유지하기 위한 투자로 볼 수 있다.
세 번째 단계는 성공적인 소통전략을 통해 고객을 팬(fan)으로 만드는 것이다. 전술한 바와 같이 광고로 고객의 관심을 끌고, 인센티브 시스템 또는 전환비용 등의 경제적 방법을 통해 고객을 획득하거나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얻은 고객은 자신의 니즈만 만족된다면 언제든지 다른 브랜드로 갈아탈 수 있으며, 경쟁브랜드의 싼 가격이나 금전적 인센티브 등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반면 팬은 우리 브랜드를 사랑하며, 우리 브랜드를 다른 사람들에게 열성적으로 알리고 자랑하는 사람들이다. 브랜드에 어떤 문제가 생기면 바로 알려주고 마치 자신의 문제처럼 걱정하며 회사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나서서 돕는다. 애플, 할리데이비슨, 스타워즈 등이 강력한 팬 커뮤니티를 구축한 브랜드의 사례로 유명하다.
‘돈으로 모든 것을 살 수 없다’라는 마스터카드의 슬로건처럼, 자발성이 생명인 팬 커뮤니티를 돈으로 살 수는 없다. 지속가능한 팬 커뮤니티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관계 형성의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미국 스탠퍼드대 의대 교수인 데이비드 번즈의 저서 관계수업에 따르면 관계의 형성을 위해서 중요한 세 가지 요소는 상대방에 대한 존중, 솔직한 자기표현, 그리고 공감이라 한다. 이는 개인 간 관계는 물론이고 기업과 소비자 간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원리다. 고객을 존중하는 마음, 과장이나 거짓이 아니라 진정성에 기반한 소통의 노력, 그리고 역지사지의 태도로 고객의 생각과 감정을 이해하고 눈높이를 맞춰 고객에게 다가갈 때 고객은 마음을 열고 기업을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팬 커뮤니티 구축의 최고 능력자라 할 수 있는 ‘유느님’ 유재석 씨는 “(시청자의) 귀를 훔치지 말고 가슴을 흔드는 말을 하라”는 명언을 남겼는데, 마케터에게도 의미 있는 지적이다.
고객과의 소통 노력은 제품 또는 브랜드의 포지셔닝 툴인 마케팅믹스 즉 4P’s(제품, 가격, 유통, 광고홍보) 중 하나인 광고홍보 활동에 대응된다. 단 TV, 라디오, 신문, 잡지 등의 일방향성 매체를 주로 활용하던 시대에 많이 쓰인 광고홍보의 개념은 디지털기술과 소셜미디어를 통한 양방향 소통이 가능해진 오늘날의 마케터들에게는 다소 제한적이다. 이제는 고객의 목소리를 충분히 들으면서 고객의 의견과 피드백을 바로 반영하고, 고객의 아이디어를 능동적으로 수용하는 가운데 제품과 서비스를 공동 창조(co-creation)하는 시대다. 또 인터넷을 통해 고객과 기업 간 정보 불균형이 크게 해소돼, 고객이 양질의 정보를 가지고 꼼꼼히 따져본 뒤 의사결정을 내리고 그 결과를 다른 소비자들과 쉽게 공유하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마케터가 고객에게 일방적으로 정보를 전달해 액션을 강요하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 대신 기업-고객 간 상호작용 및 소통을 증진해 고객을 팬으로 만들고 이들이 자발적으로 브랜드와 관련된 액션을 취하도록 유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모든 고객과 소통해야 할까
'진상고객'은 끊는게 기업에 오히려 이익
마케팅에서는 고객과의 관계 형성 및 유지가 중요하다. 그렇다고 과연 모든 고객과 좋은 관계를 만들어야만 할까? 수닐 굽타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와 도널드 레만 컬럼비아 경영대학원 교수는 고객 평생가치(CLV: customer lifetime value)라는 개념을 제시하면서 모든 고객이 다 같은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들에 따르면 고객 개인별로 기업에 가져다주는 매출과 거래마진, 고객획득비용, 고객유지비용 등을 고려해 각 고객의 평생가치를 계산해 보면 그 가치가 높은 고객이 있는 반면 낮은 고객이 있고, 심지어는 마이너스인 고객도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ING 다이렉트는 소비자 상담센터에 아무 때나 전화해서 불만을 늘어놓고 상담원을 감정적으로 힘들게 만드는 고객에게 신속하게 응대하고 그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추가 인원을 고용하고 밤새 대기시키는 것이 낭비임을 깨달았다.
이에 따라 소비자 상담센터 근무인력을 줄이고, 길어진 대기시간에 불만이 생긴 고객들이 경쟁 은행으로 옮기겠다고 위협하면 오히려 그렇게 하라고 했다. 대신 평소에 불만이 없고 예금을 많이 하는 고객들을 위해 경쟁 은행보다 높은 이자율을 제시했다. 그 결과 거래마진은 적고 비용은 높은 악성 고객들은 경쟁사로 옮겨 경쟁사를 힘들게 했고, 거래마진이 높고 비용이 낮은 우량고객들은 유지하면서 기업의 장기적 재무구조가 향상됐다.
현대카드가 욕설과 폭언을 하는 고객들의 전화를 끊어버리는 정책을 시행해 콜센터 상담원 이직률을 3분의 1이나 줄인 것도 좋은 사례다. 이처럼 고객의 평생가치를 계산하고 우량고객 위주로 고객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은 기업의 경쟁력 향상에 유용한 방법이다.
신현상 < 한양대 경영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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