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믿고 돈 빌려줬는데…경영실패 책임 왜 떠안아야하나"
설득과정 없이 일방 발표도 불만
대우조선 회생에 '캐스팅보트'…업계 "결국 정부안 따르게 될 것"
[ 좌동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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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놓은 대우조선해양 추가 지원 방안에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들의 반응이다. “대우조선 채무조정 찬·반 영향을 신중히 검토 중”이라는 게 공식 멘트지만 속내는 다르다. 대주주인 국책은행(산업은행)과 정부(금융위원회)를 믿고 돈을 빌려줬는데 경영 실패에 대한 손실을 분담하라고 압박한다는 하소연이다. 자율적인 채무 재조정을 하겠다면서 기관투자가들과 사전 협의가 전혀 없는 절차상의 문제점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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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기금은 대우조선해양 회사채에 총 670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공단 3900억원, 우정사업본부 1800억원, 사학연금공단 1000억원 등이다. 이들 연기금 중 한 곳이라도 채무재조정 방안에 반대하면 정부가 구상하는 자율구조조정 방안은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회사채에 투자한 기관투자가 사이에선 불만이 터져나온다. 국내 한 연기금의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자율적인 채무재조정이라면 여러 방안과 시나리오를 제시한 뒤 투자자들을 설득해야 한다”며 “정부가 이런 과정 없이 방안을 일방적으로 발표했다”고 말했다.
경영 부실의 가장 큰 책임이 있는 대주주의 손실 분담이 충분치 않다는 시각도 있다. 통상적인 채무재조정 과정에서 포함되는 대주주들의 주식 감자가 포함돼 있지 않은 게 대표적이다. 채무재조정의 초점이 12조원이 넘는 대주주들의 선수금 환급보증(RG) 규모를 축소하는 데 맞춰졌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국민연금 실무진은 정부의 ‘압박 분위기’를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2015년 “해외 헤지펀드 공격을 받고 있는 국내 대기업을 도와야 한다”는 여론에 따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 결정을 내린 뒤 최순실 사태로 홍역을 치르고 있어서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실무자들이 투자금 회수를 극대화하기보다는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을 방안을 택하려 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럼에도 상당수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이 결국 정부의 채무재조정 방안을 따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추가지원책이 무산되면 대우조선의 수주 취소나 선수금 반환 요구 등으로 이어져 기업 가치가 폭락할 수 있어서다. 정부는 P플랜을 추진할 경우 회사채 투자자와 같은 무담보 채권자들의 출자전환 비율이 90%를 웃돌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 채무재조정 방안(50% 출자전환 후 50% 만기 상환 유예)보다 훨씬 가혹한 조건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투자자들을 설득하기 위한 사전 협의를 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며 “다음주부터 개별 투자자 설득 작업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좌동욱 증권부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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