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 40㎝, 세로 40㎝, 가운데가 뻥 뚫린 네모난 틀에서 바람이 불어왔다. 이리 저리 둘러봐도 맹렬하게 돌아가야 할 선풍기 날개는 보이지 않았다. 중소기업 윈드앰프가 만든 ‘날 없는 선풍기’다. 지난해 하이마트 매장 100곳에서 1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시장 반응이 좋아 올 여름엔 300곳 매장에서 판매될 예정이다.
하성우 윈드앰프 대표(사진)는 28일 “날 없는 선풍기의 원조 다이슨과는 전혀 다른 원리로 작동한다”며 “가격이 다이슨 선풍기의 절반 수준에 불과해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올해 매출 목표는 약 40억원이다.
윈드앰프가 만든 날 없는 선풍기는 다이슨의 제품과 작동방식이 다르다. 다이슨의 날 없는 선풍기의 비밀은 원형 테두리 아래 기둥 속에 든 압축기(콤프레셔)에 있다. 압축기가 공기를 압축해 위쪽으로 보내면 가느다란 관을 타고 바람이 고압 상태로 이동한 뒤 원 테두리에서 뿜어져 나온다.
윈드앰프가 만든 선풍기에는 ‘골바람’의 원리가 쓰였다. 하 대표는 “흔히 ‘바람 길’이라고도 부르는 고층 빌딩 사이에서 나오는 세찬바람을 맞다가 신제품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설명했다.
좁은 공간(빌딩 사이)로 바람이 몰릴 때 바람의 속도가 빨라지는 것은 ‘베르누이의 원리’ 때문이다. 윈드앰프가 만든 사각형 선풍기의 각 면에는 원통형 날개인 ‘크로스팬’이 들어있다. 크로스팬이 회전하며 선풍기 뒤편의 공기를 끌어당기면 바람이 선풍기 사이 좁은 틈을 지나며 속도가 더 빨라진다. 하 대표는 “좁은 틈을 지나기 때문에 바람이 자연히 더 빨라져 일반 선풍기보다 전력효율이 40% 이상 뛰어나다”고 강조했다.
윈드앰프는 중소기업청의 팁스(TIPS·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 지원사업) 프로그램을 활용해 신사업에도 뛰어들었다. 날 없는 선풍기를 만든 기술을 응용해 막대한 열이 발생하는 에너지 스토리지 시스템과 인터넷 데이터베이스센터(IDC)에 사용될 수 있는 공조기를 개발 중이다. 대형 선풍기 날개를 회전시키는 기존 공조기에 비해 공간 효율과 전력 효율이 모두 뛰어나다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윈드앰프는 2014년 설립됐다. 일본 중국 스웨덴 등 10여개 국가에 날 없는 선풍기를 수출 중이다. 하 대표는 “날 없는 선풍기의 원리를 이용해 다양한 가전 제품을 만들어 ‘한국의 다이슨’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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