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구 '원라인'을 말하다①] "장과장 역 고사했다 제대로 감겼죠"

입력 2017-03-28 13:19  


"영화 '원라인'의 장 과장(장석구) 역을 처음에는 고사했어요. 각본에서는 장과장의 매력을 잘 모르겠다고 생각해 양경모 감독을 만났는데, 제대로 감겼죠."

영화 '원라인' 개봉을 하루 앞둔 28일 서울 팔판동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진구는 당초 한 차례 출연을 고사한 사연을 전하며 이같이 말했다.

'원라인'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세대로 넘어가는 과도기인 2005년, 은행을 대상으로 대출 사기를 저지르는 '작업대출'을 벌이는 사기단의 이야기다.

진구는 '작업 대출'계의 베테랑 장 과장 역을 맡았다. 장 과장은 사람들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능구렁이 같은 인물로 평범한 대학생 이민재(임시완 분)를 사기단에 끌어들여 '민대리'로 키우는 인물이다.

그는 "글로는 많은 게 설명이 안되는 캐릭터가 장 과장"이라며 "양 감독의 설명을 듣고 '재미있겠다' 싶었고 출연을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진구는 배역을 '옷'에 비유했다. 본인에게 맞는 옷을 골라 20여 편의 영화를 거친 덕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는 겸양의 말도 더했다.

그는 "제게 맞는 옷을 찾아다닌다"며 "'원라인'의 장 과장도 저에게 맞는 옷이라고 설득 당한 결과"라며 웃음지었다.

'원라인'을 연출한 양 감독은 현실적인 범죄물을 구상하며 배우들도 사실적으로 연기하기를 원했다.

이에 드라마 '태양의 후예', 영화 '마더' 등에서 보여준 진구의 남자다운 모습과 정반대의 부드럽고 능글능글한 모습을 주문한 대신 많은 자율권을 부여했다.

그는 "양 감독이 하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방목'시켰다"며 "사기 관련 베테랑을 직접 만나기는 어려워 관련한 얘기를 전해듣고 연기를 구상했다"고 전했다.

진구는 자연스러운 연기에 대해 스태프에게 공을 돌리기도 했다. 미술팀 등이 세트를 움직이기 편한 동선으로 만들어주고, 캐릭터를 표현하기 쉽게 구성한 덕에 자연스럽게 장과장 역에 몰입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그 덕에 스크린 속 진구는 '인간답지 않은 일을 인간같이 하는' 재주가 있는 장 과장을 실감나게 그려냈다. 자신이 손을 이끈 민대리(이민재·임시완 분)에게 참견하기 보다는 지켜봐주며 뒤를 봐주는 인물이다.

'원라인'은 최근 충무로 유행에 편승, 진구·임시완이란 남성 콤비 캐스팅을 '완구 커플'로 강조하며 브로맨스 마케팅에 나섰다.

그는 "임시완과는 브로맨스라기보다는 사제지간 같은 관계"라며 "영화 후반에는 반대로 민대리에게 깨우치는 부분도 있는데, 그런 점도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영화 '원라인'은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으로 오는 29일 개봉 예정이다. 같은날 개봉하는 '공각기동대 : 고스트 인 더 쉘', '쿵푸요가', '데스노트: 더 뉴 월드' 등과 경합하게 된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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