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아날로그로 여행 재미 두배
[ 인천=박희진 기자 ] 안개가 자욱한 교동대교를 지나 교동도로 들어오는 길은 신비한 느낌마저 들었다. 강화도에서 버스를 타고 20여분 더 들어가니 아득히 떠있는 교동도가 눈앞에 들어왔다. 다리 옆으로는 안개 너머 멀리 북한 황해도 땅이 어렴풋이 보였다.
외딴섬 교동도의 첫 인상은 활기가 넘쳤다. 28일 KT '기가 아일랜드' 출범을 맞아 외부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마을은 오랜만에 잔치 분위기라고 했다.
기가 아일랜드는 KT 기가 네트워크 기반의 정보기술(IT) 솔루션을 적용, 도서·산간 지역주민들의 생활환경을 개선하는 프로젝트 '기가 스토리'의 일환이다. KT는 기가 스토리 다섯 번째 지역으로 교동도를 선정하고 2015년 12월부터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앞서 진행된 기가 스토리 지역은 전남 신안군 임자도, 비무장지대 대성동마을, 백령도, 청학동 등이다.
교동도는 북한 접경 지역과 도서 지역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섬이었다. 3000여명의 주민 중 절반이 60세 이상인 데다 80%가 벼농사를 짓고 있다. 2014년 교동대교가 만들어지면서 고립에서 벗어나는 듯했지만 발길이 이어진 것은 잠시뿐이었다.
KT는 섬에 생기를 불어넣어 달라는 마을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였다. 행정자치부와 통일부, 인천시, 강화군과 손잡고 교동도를 새로운 여행 명소로 만들기 위해 힘써왔다. 1년여 간의 준비 기간 끝에 이날 마침내 교동 기가 아일랜드가 문을 열었다.
교동도 초입에서 사람들을 반겨주는 것은 '교동제비집'이다. 교동도의 관광거점이자 관광안내소 역할을 하는 곳이다. 교동도 주민들은 이곳에서 카페와 갤러리, 안내데스크 등을 직접 운영하고 있다.
교동제비집에는 교동도의 관광명소를 360도로 볼 수 있는 가상현실(VR) 영상, 관광객이 자신의 사진과 마음에 드는 콘텐츠를 골라 넣을 수 있는 '교동신문' 만들기 등 체험형 콘텐츠들이 준비돼 있다. 560인치 대형 스크린에는 CCTV가 바라보고 있는 북한 황해도 지역의 풍경이 실시간으로 상영된다.
입구에는 전기자전거를 포함한 대여용 자전거 14대가 줄지어 서있었다. KT는 교동도가 자전거 애호가들에게 입소문이 나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자전거 여행에 최적화된 섬을 목표로 해안선을 따라 39킬로미터(km)의 자전거 도로를 만들었다.
KT 관계자는 "바닷가뿐 아니라 철재 너머 바로 눈앞에서 북한을 바라보며 라이딩을 할 수 있는 게 교동도의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KT는 정보통신기술(ICT)에 기반한 관광 콘텐츠로 조용했던 섬마을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비콘이 설치된 교동도 명소를 방문하면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이나 스마트워치에 전자 스탬프가 뜬다. 전자 스탬프를 모두 모으면 교동제비집에서 할인쿠폰을 받을 수 있다. 교동도 내 24개 상점에서 사용 가능한 것들이다. 스마트워치는 교동제비집에서 대여할 수 있다.
주민들은 비콘을 섬 곳곳에 숨겨두고 여행객들에게 어릴적 즐겨하던 보물찾기의 경험도 선사한다. 실제로 교동도 명소인 대룡시장을 구경하다 비콘이 설치된 곳을 지나치자 앱에는 교동쌀을 교환할 수 있는 보물 쿠폰이 떴다.
교동도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숨겨진 명소들이 많다. 1000년된 은행나무는 맞은편 북한에 있는 은행나무와 암·수를 이루고 있어 가을이면 은행 열매가 열린다. 우리나라 최초의 향교인 교동향교와 연산군 유배지 등도 볼거리다. 자전거로 섬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숨겨둔 보물 쿠폰을 찾는 일은 여행의 새로운 재미다.
대룡시장에 들어서자 1960~1970년대 교복과 교련복을 입은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교복을 빌려준다는 교동스튜디오에 들어서자 교동도 주민 손효숙씨(63)가 기자들을 맞았다.
손씨가 KT의 인공지능(AI) 스피커 '기가 지니'에 "오동잎 노래 틀어줘"라고 말하자 대룡시장 전체가 경쾌한 음악소리에 싸였다. 교동스튜디오에서는 교동도 주민이 직접 아날로그 필름 사진도 촬영해준다.
손씨는 "KT가 스마트폰뿐 아니라 AI 스피커 등 다양한 IT 기기 관련 교육을 해주고 있다"며 "처음이라 많이 헷갈리지만 열심히 배워 마을 발전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최첨단 기술과 아날로그의 매력이 어우러진 교동도가 사람 소리로 시끌벅적했다.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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