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사기 화면보다 10배 밝아
미국 하만의 명품오디오 탑재
올 하반기 한·미 극장서 운영
[ 노경목 기자 ]
1895년 세계 최초의 영화 ‘열차의 도착’이 프랑스 파리에서 상영된 이후 영화관의 모습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120년 넘게 영사기가 스크린을 비추고 있다. 삼성전자가 이 같은 영화산업의 혁신자로 나섰다. 2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영화산업 박람회인 ‘2017 시네마콘’에서 극장 전용 LED(발광다이오드) 스크린 ‘삼성 시네마 스크린’을 선보였다.
시네마 스크린은 영사기 없이 화면 자체가 TV처럼 빛을 내며 영화를 상영한다. 가로 10.3m, 세로 5.4m 크기로 LED 디스플레이 96개를 이어 붙였다. 디스플레이를 추가해 크기는 얼마든지 키울 수 있다. 영사기 화면보다 10배 이상 밝고 명암비도 뛰어나다. 명품 오디오로 유명한 하만과의 시너지를 통해 영화 음향이 극장 안에 골고루 퍼질 수 있는 사운드 튜닝 기술도 적용했다. 디지털 영화 규격인 DCI에 맞춰 만들어져 영사기에 들어가는 영화 파일을 별도의 변환 없이 사용할 수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영사기로 빛을 비추는 지금의 영화 상영 방식은 직접 빛을 내는 디스플레이를 선명도 등에서 따라갈 수 없다”고 말했다.
영화업계도 높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CJ CGV 관계자는 “직접 제품을 봐야 알겠지만 판매가만 지나치게 높지 않다면 상당한 파급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크리스티, 바코 등 주요 영사기 제조사가 70~80%를 장악한 세계 영사기 시장에서 최신 레이저 영사기는 1억원 안팎에 팔린다. 삼성전자 측은 “B2B(기업 간 거래) 제품인 만큼 가격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시장에 안착할 수 있는 수준에서 책정할 것”이라고 했다. 시네마 스크린을 설치하면 영사기 공간을 따로 둘 필요가 없어지는 등 영화관 구조까지 바꿀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기술 개발 과정에서 할리우드의 메이저 영화 제작사 3곳과 협업했다. 관련 제작사에서는 이미 시연까지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영화팬들은 올 하반기 시네마 스크린을 볼 수 있다. 삼성전자는 한국과 미국에서 먼저 시범 운영하기 위해 영화관 체인과 접촉하고 있다. 연말에는 본격적인 판매에 나선다.
김석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전무는 “시네마 스크린은 극장 관객에게 영사기와는 차원이 다른 영상을 제공해 영화산업의 지평을 넓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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