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세력 많으면 뭐하나"
문재인 "양자대결 논리는 허구"
[ 은정진 기자 ]
더불어민주당 호남 경선이 문재인 전 대표의 압승으로 끝나면서 대선주자들 간 신경전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적폐청산 제1호는 이분법적 진리관”이라며 “2017년 민주당의 모든 대선주자가 적폐청산의 깃발로 뭔가를 다 개혁·청산하겠다고 하지만 결국 상대방 뺨 때리기 게임을 못 벗어난다”고 지적했다. 문 전 대표가 강조해온 ‘적폐청산’이라는 화두를 고리로 문 전 대표를 정면 겨냥한 것이다. 안 지사는 “한쪽이 옳고 한쪽이 사악하다는 이런 정치로는 민주주의도, 새로운 대한민국도 열리지 않는다. 집권하면 상대를 청산·개혁해 정의를 실천하겠다는 이런 이분법적 가치관과 철학으로 어떻게 새 시대가 열리겠느냐”고 비판했다.
안 지사는 이날 부산 KNN공개홀에서 열린 10차 대선 예비후보 토론회에서도 자신이 제안한 ‘대연정’ 문제를 놓고 문 전 대표와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안 지사는 “탄핵 가결 때 당시 많은 여야의원이 찬성한 것처럼 국가 개혁과제를 놓고 대연정을 해보겠다는데 문 전 대표가 적폐세력과 손잡는 야합이라고 비판했다”고 지적했다. 문 전 대표는 “지난 탄핵도 우리가 다수여서가 아니라 국민 힘을 통해 이뤄낸 것이다. 무조건 다수 의석을 만들자는 건 정치공학적으로 보인다”고 맞받았다.
대통령 취임 후 자유한국당, 바른정당과의 관계 설정에 대한 안 지사 공세에 문 전 대표는 “우리에게 정권을 맡겨달라고 호소하면서 대선 경쟁 관계인 자유한국당과 연정할 수 있다는 게 선거를 앞두고 맞는 이야기냐”고 되물었다. 또 “노무현 정부 첫해에도 국가균형발전법, 지방분권법 등을 다 통과시켰다. 오히려 노 전 대통령 탄핵 소추 이후 다수당이 됐을 때 개혁 못한 경험이 있지 않냐”며 대연정에 부정적 견해를 드러냈다.
전날 호남 순회경선에서 19.4%의 득표율로 3위를 기록한 이재명 성남시장은 이날 KBS라디오 전화 인터뷰에서 “세력이 많은 사람을 뽑으면 뭐하냐”며 “민주당이라는 거대 세력을 대표할 (대선)후보는 인물을 보고 뽑아야 한다”며 당내 가장 많은 세력을 구축한 문 전 대표를 에둘러 비판했다.
두 후보와 달리 압승을 거둔 문 전 대표의 시선은 경선이 아니라 이미 본선을 향하는 모습이다. 문 전 대표 진영은 국민의당 호남 경선에서의 ‘안철수 몰표’ 현상을 두고 ‘문재인 대 안철수’ 양자 대결로 연결짓는 야권 일각의 논리를 ‘허구’로 규정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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