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채무조정 '진통'] 'P-플랜' 땐 1조5000억이 1500억으로…고민 커지는 사채권자

입력 2017-03-29 17:25   수정 2017-03-30 05:08

정부 '대우조선 손실 부담 분석 보고서'

정부 "공포 마케팅 아니다"
자율합의 땐 7500억 회수, P플랜보다 6000억 더 건져

청산 땐 손실 더 커
사채권자 회수율 6.7%로
전체 금융권 빚 21조 중 16조 이상 떼일 판



[ 이지훈 / 김일규 / 이태명 기자 ] 정부는 대우조선해양 추가 지원 방안을 발표한 지난 23일 시중은행과 사채권자(社債權者)들이 대우조선 채무재조정에 동의하지 않으면 초단기 법정관리(P-플랜)가 불가피하다고 거듭 밝혔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출자전환과 상환유예에 반대하면 손실이 더 늘어날 것”이라며 “공포 마케팅이 절대 아니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제신문이 29일 단독 입수한 정부·채권단의 ‘대우조선 구조조정 추진방안’에는 괜한 엄포가 아니었음을 보여주는 숫자들로 빼곡했다.


P-플랜 땐 사채권자 손실 급증

정부가 내놓은 채무재조정안은 모든 채권자가 예외 없이 출자전환과 상환유예에 참여하도록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방안에 따르면 정부가 대주주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무담보채권 1조6000억원 전액을, 시중은행은 무담보채권 7000억원의 80%인 5600억원을, 사채권자는 보유사채 1조5000억원의 50%인 7500억원을 출자전환해야 한다. 이뿐만 아니라 시중은행은 1400억원, 사채권자는 7500억원의 채권을 3~5년간 상환유예해야 한다.

정부는 채무재조정이 이뤄지면 은행과 사채권자는 6조7225억원의 대출 및 출자전환 주식 가운데 최소 3조5747억원을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회수율은 53.2%다. 출자전환 주식 3조1478억원(수출입은행 영구채 포함) 회수는 별개다. 이 역시 대우조선 주식 거래가 하반기 재개되면 출자전환 단가(1주당 4만350원) 중 1주당 5600원은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대우조선이 P-플랜에 들어가면 해외 선주사의 선수금환급요청(RG콜)과 대우조선 자회사의 보증채무가 더해지면서 채권회수율도 뚝 떨어질 것이라고 정부는 밝혔다. 정부와 산업은행이 회생법원에 P-플랜을 신청할 때 모든 무담보채권의 90%를 일괄 출자전환하는 내용의 사전회생계획안을 제출할 방침이어서다. 일부 시중은행의 채권회수율은 10%로 뚝 떨어질 것으로 파악됐다.

사채권자 상황은 더 심각하다. 1조5000억원의 회사채·기업어음(CP) 가운데 1500억원만 회수 가능하고 나머지 1조3500억원은 휴짓조각이 될 것이란 게 정부 추정이다. 자율 채무재조정을 받아들일 때보다 손실액이 6000억원 늘어난다. 국책은행 관계자는 “P-플랜 시 출자전환 비율은 채권 종류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90% 안팎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청산 땐 16조원 허공으로

정부는 그나마 P-플랜으로 대우조선이 회생할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도산하면 상황은 더 악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삼정KPMG의 실사 결과를 토대로 정부·채권단이 추산한 대우조선의 청산가치는 5조6000억원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자산가액이 15조원을 웃돌지만 청산하면 가치가 3분의 1로 줄어든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빚잔치를 하게 되면, 21조4614억원인 금융권 채권 가운데 불과 26%만 회수 가능하다. 5조6000억원을 전부 국책은행, 시중은행, 사채권자가 나눠 가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삼정KPMG는 RG콜 등 상거래채권, 임직원 급여 등을 제외한 5조907억원만 은행·사채권자 몫으로 돌아갈 것으로 추정했다.

이 경우 회사채와 CP, 주식 등 무담보채권은 변제순위에서 밀려 사실상 회수 불능 상태가 될 수밖에 없다. 우리·신한·농협 등 시중은행의 채권회수율은 6~8% 수준으로 뚝 떨어진다. 사채권자가 가장 큰 타격을 받는다. 삼정KPMG는 대우조선 도산 시 사채권자의 채권회수액이 1009억원(회수율 6.7%)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지훈/김일규/이태명 기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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