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제철소, 2600억 투자한 '기가스틸' 공장 내달 가동
알루미늄보다 가볍고 3배 강해…자동차 경량화에 필수
미래자동차 소재 경쟁에 박차…포드·GM 등 15곳 납품
[ 안대규 기자 ]
‘내가 곧 포스코다(I am POSCO).’ ‘이 세상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7CGL 완성.’
다음달 준공을 앞둔 포스코 광양제철소 내 자동차강판 생산공장 7CGL. 시험 가동 중인 이 공장에는 포스코의 강한 의지를 읽을 수 있는 현수막이 곳곳에 붙어 있었다. 포스코가 초고강도 자동차강판 ‘기가스틸’ 생산을 확대하기 위해 2015년부터 2600억원을 투자해 세운 이 공장은 설비도 남달랐다. 도금을 위해 섭씨 800도까지 달궈진 강판을 초당 120도 급랭시키는 대형 설비도 눈길을 끌었다. 대장간의 달궈진 쇠를 담금질하듯 급랭으로 강도를 높이는 것이다. 망간 실리콘 등 강화 원소가 들어간 이 강판은 레이저 용접과 전기 코팅, 급속 냉각, 아연도금을 거쳐 기가스틸로 다시 태어났다.
◆‘기가스틸’ 전용 공장 준공
포스코는 아르셀로미탈, 신일본제철주금 등과 세계 3대 자동차강판 회사로 꼽힌다. GM, 포드, 도요타, 혼다, 닛산, 메르세데스벤츠, BMW, 폭스바겐 등 15개 글로벌 자동차회사에 납품하고 있다. 연간 900만t을 생산해 세계 자동차강판의 약 10%를 공급한다. 세계 자동차 10대 중 1대의 뼈대는 포스코가 만드는 셈이다.
포스코가 광양제철소 내 7CGL 공장을 세운 것은 급증하는 기가스틸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포스코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세계 자동차강판 수요는 2017년 1569만t에서 2020년 2408만t으로 3년간 53%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전기차 시대에 맞춰 가벼우면서 강한 철강의 수요는 커지고 있다. 기가스틸이란 ㎟면적당 100㎏의 하중을 견디는 1기가파스칼(㎬)급 강판을 말한다. 10원짜리 동전 크기(1㎠)의 철로 10t의 무게를 견딜 수 있다.
포스코가 만든 기가스틸은 알루미늄보다 가벼우면서 강하다. 2010년 ‘트윕강’으로 세계 최초 기가스틸 양산에 성공한 포스코는 작년 가공성이 같은 강도 제품보다 2~3배 높고 충격에 강한 ‘PosM-XF강’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세계 최고 강도 수준인 2㎬급 ‘HPF강’ 생산에도 성공해 기가스틸 제품을 다양화했다. 충격 흡수력이 뛰어난 트윕강은 피아트 자동차의 범퍼용으로 납품하고 있다. 포스코는 PosM-XF강을 글로벌 자동차회사의 프런트필러(차의 앞기둥)용으로, HPF강을 센터필러(차의 중앙기둥)용으로 납품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 220㎏ 수준인 중형차 차체 중량도 포스코의 기가스틸을 쓰면 207㎏까지 낮출 수 있다.
◆알루미늄, 탄소복합소재와 경쟁
자동차업계의 미래 소재를 두고 기존 강자인 철강업체는 알루미늄, 탄소강화섬유 등을 만드는 소재업체와 경쟁하고 있다. 아우디는 ‘뉴 아우디 S8플러스’, 포드는 픽업트럭 ‘F150’ 차체에 알루미늄을 처음 적용했다. BMW 역시 7시리즈와 전기차 ‘i3’에 알루미늄과 함께 탄소강화섬유를 도입했다. 철 대신 알루미늄과 탄소강화섬유를 적용하면 차체가 가벼워져 연비를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철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그 선두엔 포스코가 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지난해 8월 태국 공장 준공식에서 “알루미늄보다 가격 경쟁력이 우수할 뿐 아니라 강도가 3배나 강한 기가스틸이라면 자동차 경량화 측면에서 월등한 성능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의 기가스틸은 성형성과 경제성, 재활용 측면에서 도 앞섰다는 평가다. 이규영 포스코 기가스틸추진반 팀장은 “철보다 알루미늄은 재료 비용이 5배, 탄소복합소재는 20배가 든다”며 “알루미늄과 탄소 소재는 용접과 성형이 어려워 자동차가 고장나면 수리비와 보험료가 비싸지는 단점이 있다”고 말했다.
광양=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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