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조기 증여 유도…가업 '상속 분쟁' 차단

입력 2017-03-29 19:21   수정 2017-03-30 05:10

상속법 고쳐 가업승계 지원


[ 도쿄=서정환 / 안재광 기자 ] 일본이 상속법을 대대적으로 개정하기로 한 것은 중소기업 경영자가 고령화하면서 가업 승계가 심각한 경제 문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상속법 개정에 따라 유류분(遺留分) 청구 때 상속에 포함하는 재산의 증여 기간이 사망 전 5년 이내로 제한되면 경영자가 가능한 한 이른 시기에 주식을 증여해 조기에 가업을 승계할 수 있다. 현재는 사업을 물려주고 사망한 뒤 다른 가족이 유류분을 청구하면 경영권이 뒤바뀔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일본 정부는 경영승계원활화법을 통해 친족 이외 후계자도 회사 주식을 시가보다 싸게 인수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상속세 공제를 받기 위해 상속·증여 후 5년간 고용을 ‘매년 80% 이상’ 유지해야 하는 의무조항을 5년간 ‘평균 80% 이상’ 유지하면 되도록 완화했다.

일본에서는 경영권 승계 부담 등으로 문을 닫는 중소기업이 늘고 있다. 지난해 휴·폐업하거나 해산한 중소기업은 2만9583개로 조사를 시작한 2000년 이후 가장 많았다. 기업이 사업을 접으면 고용 감소와 기술력 손실로 이어진다.

일본에 비해 한국의 중소기업 가업 상속 규정은 매우 까다롭다. 유류분 청구 때 상속재산의 증여 기한(유류분 특례규정)이 없다. 가업 상속세 공제를 받는 것도 쉽지 않다. 현재는 매출 3000억원 이하 중소·중견기업에 대해 500억원 한도에서 상속세 과세가액을 공제해준다.

하지만 이 공제를 받으려면 상속받은 이후 10년간 가업에 종사해야 하고 직원 수를 줄일 수 없다. 일본에선 없는 규정들이다. 기업 자산의 20% 이상을 처분하는 것도 안 된다. 요건이 까다롭다 보니 공제 제도를 이용하는 기업은 연 50~60개에 불과하다.

한국 국회에선 ‘세금 없는 부의 대물림’이란 이유로 요건을 더 까다롭게 하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 유류분(遺留分)

유류분은 상속인들이 법률상 반드시 취득하도록 보장한 상속재산이다. 유언자가 지정한 상속인이 재산을 자유롭게 처분할 경우 나머지 가족의 생활안정을 해칠 우려가 있다. 법으로 최소한의 상속분을 정해 다른 상속인이 이를 받지 못하면 소송을 통해 청구할 수 있다.

도쿄=서정환 특파원/안재광 기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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