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공립대 통합' 공약 내세운 문재인, 대선지지율 1위 고수
촛불정국에 국민들 시선 '냉랭'…서울대 "제 역할 못했다" 자성
[ 황정환 기자 ] “사실 언제부터 나온 서울대 폐지론입니까. 지금까지는 ‘그런가 보다’하고 웃어넘겼는데 이번엔 분위기가 다릅니다.”
30일 만난 서울대 고위 관계자는 “적지 않은 교수들이 ‘서울대 폐지론에 학교가 뭔가 대응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할 정도로 위기감이 크다”며 이렇게 말했다. 서울대 학생들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매일 ‘서울대 폐지론’을 두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대 폐지론에 서울대가 위기감에 휩싸였다. ‘국공립대 통합’을 공약으로 내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세론’이 현실화하면서 그 강도는 더 세졌다. 문 전 대표는 지난 1월 기자간담회에서 “일종의 대학 평준화가 필요하다”며 “다만 서울대 폐지가 아니라 다른 국공립대를 서울대 수준으로 올리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공립대의 입학·수업·학위를 통합하자는 내용의 이 공약은 사실상 서울대 폐지론이라는 분석이 많다.
서울대 폐지론은 어제오늘 나온 얘기가 아니다. 1990년대 중반 학벌주의를 타파해야 한다며 등장한 서울대 폐지론은 이후 대통령선거 때마다 단골 공약이었다. 하지만 취업난이 심화되면서 서울대를 졸업하고도 전문대에 다시 입학하는 ‘유턴입학생’이 나오는 등 학벌주의가 다소 누그러지면서 서울대 폐지론은 물밑으로 가라앉았다.
하지만 서울대 관계자들이 “이번엔 심상치 않다”고 하는 배경에는 ‘최순실 사태’가 있다. “대학 서열화 폐지가 촛불민심”이라는 인식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그동안 촛불집회에선 “대학 서열화 폐지”라는 구호도 여러 차례 등장했다. 대선주자 상당수도 서울대 폐지론에 동감하고 있다.
위기의식을 느낀 서울대는 바짝 엎드려 있다. 성낙인 서울대 총장은 “서울대가 대표 국립대로서 제 역할을 못했다”는 ‘반성문’도 썼다.
서울대의 운명이 제대로 된 대학 개혁 차원이 아니라 정치에 휘둘리는 모양새다. “대학이 정치인들의 표 얻기 수단인가”라는 한 서울대 원로교수의 씁쓸한 표정이 떠오른다.
황정환 지식사회부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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