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 함께 책 속으로] 여행작가 안성교 씨 "손에 잡힐 듯한 북한 모습 사진 찍다 아찔했던 순간도"

입력 2017-03-30 18:50  

경계를 여행하다


[ 양병훈 기자 ] ‘압록강에서 유람선을 띄웠다. 강 중간에 이르자 초라한 배 한 척이 유람선으로 다가왔다. 안에는 북한 사람이 타고 있다. 관광객에게 물건을 파는 장삿배다. 북한 사람은 미소를 지으며 물건을 팔기 위해 애쓴다. 관광객들은 북한 사람의 초라한 몰골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에 물건을 사주려고 한다. 그러나 살 만한 게 별로 없다. 종류가 몇 가지 없고 그나마도 품질이 썩 좋아 보이지 않는다. 장삿배는 대단치 않은 수확을 올린 뒤 강 저편으로 유유히 사라진다.’

여행작가 안성교 씨(59·사진)가 2015년 압록강의 어적도 인근에서 겪은 일이다. 그는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네 차례 북한과 중국의 국경지대를 여행했다. 여행은 남북문제에 관심있는 작가 모임인 통일문학포럼이 주관했다. 안 작가가 이 여정의 기록을 담아 《경계를 여행하다》(라이프맵)를 냈다. 여정은 국경지대 서쪽 끝에서 시작해 백두산을 거쳐 북한·중국·러시아의 국경이 만나는 동쪽 끝 방천 풍경구까지 이어진다. 150여장의 사진이 함께 실렸다.

저자는 “분단 상황은 지금도 여전한데 국내 문단을 보면 분단문학의 흐름은 활발히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며 “글을 다시 쓰기 시작하며 이 문제를 짚어야겠다는 생각에 이번 여행기를 쓰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1992년 한 방송사가 주관하는 문학상에서 동화작가로 등단했다. 이후 수필과 동화를 주로 쓰며 작품 활동을 하다가 10여년 동안 다른 생업을 하느라 글을 쓰지 않았다. 2015년 여행작가 양성 전문과정 ‘HK여행작가아카데미’에 등록해 최우수 졸업하며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저자는 “북한을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고 했다. 중국 지린성 내 장백현에 갔을 때 일이다. 장백현은 북한 양강도의 도청소재지인 혜산시와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같은 도시처럼 붙어 있었다. 저자는 “강 건너 혜산 시내가 손바닥처럼 빤히 들여다보였다”며 “아침밥 짓는 연기와 비안개가 뒤섞인 혜산은 멀고도 가까웠다”고 말했다. 북한 군인이 여행객에게 위협을 가하는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그는 “두만강에서 유람선을 탔을 때 여행객이 사진을 찍자 북한 군인이 하지 말라며 총을 겨누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저자는 “이 지역을 다니다 보면 북한 군인을 마주칠 수도 있기 때문에 자유여행은 지양하는 게 좋다”며 “안전하게 둘러볼 수 있게 짜인 패키지 여행을 추천한다”고 설명했다. (220쪽, 1만3000원)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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