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은행, 수천억위안 수혈 나서
[ 베이징=김동윤 기자 ] 금융회사가 단기 자금을 조달하는 중국의 은행 간 자금시장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올해 들어 부채 급증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돈줄 조이기에 나서면서 은행 간 자금시장에서 유동성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2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 은행 간 자금시장에서 일부 지방 중소은행이 지난 20일을 전후해 채무를 상환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에 인민은행은 수천억위안의 자금을 긴급 수혈했다. 이번 사태는 인민은행이 올 들어 자금시장 금리의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역레포 금리를 두 차례 인상한 데 따른 것이다. 역레포 금리란 인민은행이 국채 등을 담보로 잡고 금융회사에 단기 유동성을 공급할 때 적용하는 금리다.
인민은행이 역레포 금리를 올리자 은행 간 자금시장 금리(시보금리)도 2년 만의 최고치로 치솟았다. 이 여파로 은행 간 자금시장의 유동성이 부족해지면서 일부 중소 지방은행이 난처한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인민은행은 최근 몇 년 새 은행 간 자금시장을 시중 유동성 조절의 주요 수단으로 활용해 왔다. 이 때문에 지난해 은행 간 자금시장 대출 규모는 34조달러로 2002년의 100배로 불어났다.
WSJ는 “은행 간 자금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중국 전체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력도 확대됐다”며 “은행 간 시장에서 유동성 부족 사태가 발생하면 기업들도 은행으로부터 자금을 공급받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WSJ는 특히 “2007년 미국과 유럽의 은행 간 시장에서 발생한 유동성 위기가 결국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이어졌다”며 “인민은행은 은행 간 시장의 유동성 위기를 초래하지 않으면서도 통화긴축을 효과적으로 시행해야 하는 난제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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