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볼티모어 시장의 '최저임금 반성'…정치인들 들어보시라

입력 2017-03-31 17:37  

자신이 선거 때 지지한 최저임금 인상안이 지역 경제에 큰 충격을 준다며 뒤집은 미국 지방자치단체장이 화제다. 미국 볼티모어의 캐서린 퓨 시장(67)은 시의회가 압도적인 표 차(11 대 3)로 통과시킨 ‘시간당 15달러’ 최저임금 인상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 법안은 현재 시간당 8.75달러인 최저임금을 2022년까지 15달러로 인상한다는 내용이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퓨 시장은 흑인에다 민주당원이며 여성이다. 지지자들은 ‘배신자’라며 그를 공격하고 있다. 정치적 기반이 약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지만 용기 있는 선택을 했다.

퓨 시장은 방송으로 공개된 연설을 통해 “실업자가 7만6000명이고, 매년 타지에서 귀환하는 시민이 1만명이나 되며, 무주택자가 3000명인 것이 볼티모어의 현실”이라며 “시를 책임지고 있는 최고경영자(CEO)로서 모든 시민의 형편과 니즈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업체들이 최저임금이 싼 지역으로 옮겨가게 되면 볼티모어만 ‘도넛 구멍’이 된다”며 “경제적 충격이 너무 큰 만큼 인상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시당국의 계산에 따르면 15달러 최저임금이 실현되면 2~3%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시민들은 앞으로 4년간 1억1500만달러의 세금을 더 내야 한다. 퓨 시장은 “기업인뿐만 아니라 비영리기관 시민단체 그리고 인근 지역 지도자들을 모두 만나 의견을 듣고 내린 고뇌의 결과”라며 양해를 구했다.

우리 정치권은 어떤가. 대선주자들은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시간당 1만원으로 인상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있다. 노동계의 ‘1만원 인상론’을 의식한 약속이다. 현재 6470원에서 1만원으로 올리려면 3년간 매년 15% 이상 인상해야 한다. 최저임금을 감당하지 못하는 사업자들이 폐업을 하거나 기존 근로자들을 내보낼 수밖에 없는 현실은 전혀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퓨 시장의 ‘반성문’이 돋보이는 이유다. 정치인들을 수입하는 방법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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