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 "앵그리 보수 결집"vs"영향 없을 것"…38일 남은 장미대선 '안개'

입력 2017-03-31 18:25   수정 2017-04-01 05:20

'5·9 대선'판도 흔들릴까…대선주자 촉각

문재인 "대한민국 바로 세우는 첫걸음"
안철수 "법 앞에 평등, 헌법적 가치 실현"
홍준표 "박근혜 시대 끝났다…용서하자"
유승민 "안타깝지만 법원의 결정 존중"



[ 전예진 기자 ]
각 당 대선주자들은 31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내놨다. 정권교체와 적폐청산을 주장해온 옛 야권 주자들은 “법과 원칙에 따른 당연한 결과”라는 입장을 밝힌 반면 전통적인 보수 표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범보수 진영 주자들은 유감을 표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 박광온 수석대변인은 “박 전 대통령 구속은 정의와 상식이 바로 선 나라를 만들라는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드는 것”이라며 “무너진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는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안희정 충남지사 측 강훈식 대변인은 “낡은 정치와의 단절의 시작”이라고 평가했고, 이재명 성남시장 측 제윤경 대변인도 “적폐청산 대장정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측 이승훈 부대변인은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헌법적 가치가 실현됐다”고 말했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측 김유정 대변인은 “법과 원칙은 누구에게도 예외가 될 수 없음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판결”이라고 했다.

반면 친박(친박근혜)계인 이인제 자유한국당 전 최고위원은 “이것이 정의인가. 이것이 국익에 부합하는가”라며 민주당을 겨냥해 “같은 잣대로 그들의 정권도 심판받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진태 의원도 “법치주의의 조종(弔鐘)이 울린 날”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홍준표 경남지사는 “안타깝지만 박근혜 시대는 이제 끝났다”며 “국민도 이제 박 전 대통령을 용서해줄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안타깝다”며 “국론분열을 막기 위해 불구속 수사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했지만,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각 정당과 주자들은 박 전 대통령의 구속이 대선 판도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일각에서는 구치소에 수감되기 전 올림머리를 풀고 화장을 지운 박 전 대통령의 모습이 보수층의 동정심을 불러일으키고 표심을 자극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보수 표심 결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예상됐던 보수층 결집 효과가 미미했다는 점에서 박 전 대통령 구속도 대선 지형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 적지 않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가 이날 “박 전 대통령의 구속이 보수층을 결집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선긋기에 나선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한국당은 박 전 대통령의 구속으로 국민의 분노가 어느 정도 해소됐다는 점에서 이를 계기로 박 전 대통령과의 ‘단절’을 통해 회생 기회를 모색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탄핵에 적극적이던 바른정당은 친박계 청산을 통한 보수의 개혁이 힘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옛 야권도 대통령 탄핵과 구속으로 ‘단죄’가 이뤄지면서 적폐청산 프레임을 내건 대선주자들이 동력을 얻을 것으로 보고 있다. 범보수 후보 간 단일화와 비문(비문재인) 연대 움직임은 당분간 소강 상태에 접어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의 구속을 둘러싼 유권자의 이념적 성향에 따라 정당 간 연대가 당위성을 얻으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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