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위원장 시절 평창 '올인', 하루의 90% 할애 '동분서주'
조직위엔 아직 한진 직원 45명
"올림픽 잘 마쳐달라" 응원편지
조원태 사장에 전폭지원 당부도
[ 정지은 기자 ]
‘찰칵, 찰칵.’
지난 19일 강원 평창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 눈길 위를 빠르게 내려오는 봅슬레이 선수들을 지켜보던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눌렀다. 조 회장의 얼굴에는 미소가 피어올랐다. 주변에서 박수가 쏟아졌다. 선수들은 “조 회장님 덕분에 좋은 경기장이 생겼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조 회장은 “평창동계올림픽이 성공하는 걸 꼭 보고 싶다”며 선수들을 격려했다.
이날 조 회장의 방문은 ‘기습적’이었다. 평창동계올림픽위원회 위원장 시절 힘들게 지은 봅슬레이 경기장이 마침내 완공돼 경기를 연다는 소식을 듣고 이곳을 찾았다. 봅슬레이는 산중턱에 얼음으로 만들어진 코스를 따라 썰매를 타고 내려오는 경기다. 경기장을 지을 당시 적절한 장소를 찾는 것부터 환경단체 반대 등 어려움이 많았다. 한진 관계자는 “봅슬레이 경기장은 조 회장이 장소 탐색부터 시민단체 설득까지 직접 발품을 팔아 세운 것”이라며 “조직위원장에서 물러났어도 완성된 것을 눈으로 꼭 보고 싶어 했다”고 말했다.
조직위와 한진그룹 직원 사이에서 조 회장의 ‘평창 사랑’은 유명하다. ‘최순실 사태’에서 밝혀졌듯 조 회장이 외압으로 조직위원장에서 물러났기 때문에 뒤도 안 돌아볼 법한데 ‘대단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 회장이 조직위원장을 맡은 것은 2014년 7월. 당시 조 회장은 대한항공과 한진해운 경영난 등 그룹 내 각종 현안이 많았지만 삼고초려 끝에 조직위원장을 수락했다. 조 회장이 취임 직후 지창훈 전 대한항공 사장 등 경영진을 불러 “나는 이제 평창에 집중할 테니 회사는 여러분이 챙기라”고 당부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보통 조직위 출근 시간은 오전 9시지만 조 회장은 매일 오전 7시30분이면 평창 사무실에 출근했다. 틈이 날 때마다 회의, 보고, 지시를 반복했다. 해외 출장길에 간부 회의를 소집한 것도 여러 번이다. 한진 관계자는 “조 회장은 하루의 거의 90%를 평창올림픽에 할애했다”고 말했다.
당시 발등에 떨어진 불은 ‘후원사 확보’ 문제였다. 평창동계올림픽에 후원하겠다는 곳은 2개사뿐이었다. 조 회장은 국내외 기업의 참여를 이끌어 내기 위해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을 찾아다니며 프레젠테이션까지 했다. 이런 노력 끝에 후원사를 19개사까지 늘렸다.
조직위에는 아직도 대한항공 34명, (주)한진 2명, 한진정보통신 4명, 한진관광 5명 등 총 45명의 한진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조 회장은 자신이 조직위원장에서 물러난 이후 직원들이 혼란스러워하는 것을 막기 위해 지난해 11월엔 응원 편지도 썼다. 그는 “여러분은 회사를 대표해 국가적 대사인 올림픽을 성공시키는 임무를 맡고 있다”며 “대회를 잘 마치고 복귀해달라”고 당부했다.
조 회장은 요즘도 TV를 보다가 평창 관련 뉴스가 나오면 “꼭 성공해야 할 텐데…”라는 말을 하곤 한다. 아들인 조원태 사장에게도 “평창에 더 지원해 줄 게 있으면 아낌없이 지원하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대한항공이 평창동계올림픽에 후원한 돈은 수백억원대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이 창사 후 외부에 출연한 금액 중 가장 큰 규모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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