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관 산실' 국립외교원 윤덕민 원장 "초연결 국제사회에 한국만 화로 속 개구리"

입력 2017-04-02 18:32  

한반도 주변 정세 급변하는데 대선 주자들은 외교 안보 '초짜'
"초당적 협력으로 국익 도모해야"



[ 이미아 기자 ] “대통령이 탄핵으로 파면된 지금 해외 정세는 역대 최악의 상황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 행정수반 공백과 외교 갈등 폭풍이 겹친 ‘화로 속 개구리’ 같습니다.”

윤덕민 국립외교원장(57·사진)은 최근 서울 서초동 국립외교원에서 만나 이같이 밝혔다. 윤 원장은 “북한 김정은 정권은 이복형 김정남 암살과 핵개발 지속으로 폭주 중이며,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후 연일 자국 중심주의적 정책계획을 쏟아내고, 일본은 미국과의 연대를 더욱 강화하려 하고,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권력 집중화와 더불어 한국과 미국 등 주변 지역과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 들어 세계정세가 급변하고 있음에도 한국만 유독 주변국 움직임에 관심이 별로 없어 보인다는 진단이다. 그는 “세계가 거미줄처럼 얽혀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게 된 초(超)불확실성의 시대를 살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1963년 설립된 국립외교원은 예비 외교관의 산실이자 외교부를 비롯한 정부부처 고위직 교육, 외교·안보 정책 가이드라인 제시 등 싱크탱크 역할을 맡고 있는 정부기관이다. 윤 원장은 27년째 국립외교원에 몸담고 있다. 2013년 5월 국립외교원장으로 취임했고 지난해 연임했다.

“수많은 외교관이 이곳을 거쳐갔고, 또 그 세월만큼 다양한 사건을 봐왔어요. 현장에서 발 벗고 뛰는 외교부 공무원들을 볼 때마다 보람을 많이 느낍니다. 30년 가까이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데 안타까운 건 외교관 수가 너무 부족하다는 현실입니다. 외교관은 겉보기엔 멋있지만 사실은 희생과 헌신이 필요한 직업입니다. 한 사람이 열 사람 몫의 일을 하는 경우가 다반사거든요.”

윤 원장은 국내 외교 정책과 여론의 문제점으로 두 가지를 꼽았다. 첫 번째는 극단적 자신감과 자괴감이다. 그는 “한국처럼 자국을 이렇게 모순적으로 바라보는 나라도 흔치 않을 것”이라며 “‘세계 일류 국가’와 ‘헬조선’이란 이념이 공존하는데 이는 그리 좋은 현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외교 무대에선 자국을 객관화해서 바라보는 자세도 중요합니다. 그래야 상대국과 협상할 때 유리한 고지에 오를 수 있습니다.”

대통령선거 후보자 중 외교·안보 관련 정책이나 공약을 구체적으로 내놓은 주자가 한 명도 없다는 사실도 꼬집었다. 윤 원장은 “이번 대선 당선자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활동 같은 사전작업 없이 곧바로 실무에 뛰어들어야 한다”며 “지금처럼 대외 정세가 복잡한 상황에서 새 대통령이 ‘퍼펙트 스톰’에 휩쓸리는 ‘외교 초보’로 전락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외교와 안보는 초당적으로 협력해 국익을 우선시해야 할 문제임에도 한국에선 유독 이 주제로 보수와 진보를 가르려 하는데 이는 어불성설”이라고 덧붙였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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