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가격담합'했다는데…법적 책임은 누가?

입력 2017-04-02 19:40   수정 2017-04-03 05:33

미국 우버택시 '가격책정 AI 알고리즘' 둘러싼 소송

우버 이용자측 주장
AI 이용한 '가격 카르텔'…러시아워때 가격 8배 폭등

우버측 주장
"우리는 가격 알고리즘만 제공, 독점적 택시업계 가격파괴 이뤄내"

'디지털 카르텔'이 문제?
스스로 다른 기계와 담합하는 AI…가격조정 의도 입증 어려워



[ 오춘호 기자 ] 미국 예일대 연구원인 스펜스 메이어 씨는 차량공유서비스 업체인 우버(Uber)를 자주 활용하는 ‘우버맨’이다. 하지만 그가 교통량이 많은 출퇴근 러시아워 때 뉴욕 도심에서 우버를 이용해보니 택시비가 평상시 가격보다 무려 8배나 높게 나왔다. 우버기사에게 항의했지만 택시기사는 그저 웃을 뿐이었다. 8배 비싸진 택시비는 우버기사가 책정한 게 아니었다. 뉴욕시 당국이 책정한 요금은 더더욱 아니었다. 우버가 운영하는 가격 책정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이 그렇게 설정한 것이었다. 이 알고리즘은 택시 수요가 없을 때는 가격을 내리고 수요가 많을 때는 가격을 올리는 구조로 짜였다.


알고리즘이 가격 책정

메이어는 알고리즘이 책정한 가격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는 우버와 기사들 간 택시비를 공모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일종의 가격 카르텔이 맺어진 것이라고 여긴 것이다. 우버기사들은 모두 독립된 사업자인 만큼 기사들 간 담합에 의한 공정 경쟁법 위반이라고 규정했다. AI를 만든 우버에 책임이 있다고 그는 판단했다. 메이어는 비슷한 불만이 있는 소비자들을 모아 2015년 12월 뉴욕 지방법원에 우버를 제소했다.

반면 우버 측은 자사 AI는 오히려 독점적인 택시업계에서 가격 파괴를 이뤄내면서 서비스 경쟁을 촉진해왔다고 메이어 주장에 맞섰다. 가격을 올리고 내리는 것은 모두 시장 상황을 반영해 책정되는 자동시스템이라는 것이다. 결코 인간이 개입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택시기사들도 독자적 판단으로 우버의 차량공유에 참여하기 때문에 결코 불공정 경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뉴욕지방법원은 지난해 6월 원고 측인 메이어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AI가 가격을 책정했다 하더라도 그 가격에는 우버기사들 간 암묵적 담합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제드 라코프 담당 판사는 “기술 발전이 공정경쟁을 피해가는 방법을 모색하는 데 우려한다”고까지 말했다.

지금 미국에선 이 사건을 둘러싼 논란이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 AI가 법조계를 뒤흔들고 있는 셈이다. AI가 판단할 수 있는 영역이 갈수록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자율주행차를 움직이는 주체는 차를 모는 사람이나 승객이 아니라 소프트웨어라고 판정이 난 터다. 이제는 AI가 가격을 임의적으로 책정할 때가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과연 인간의 지시나 개입 없이 AI 알고리즘 스스로가 담합을 할 수 있는지 주목한다.

커지는 AI 역할 논란

지금까지는 AI보다 인간의 혐의를 중시하는 분위기다. 미국 법무부는 2015년 온라인 장터 ‘아마존 마켓플레이스’에서 영화 포스터를 판매하던 아트닷컴 임원을 가격 담합 혐의로 기소했다. 당시 아트닷컴과 경쟁회사는 같은 AI 알고리즘을 사용해 가격을 높게 설정했다.

일본에서도 엔사이드닷컴증권이 운용하는 일본 국채 자동 매매 프로그램이 공정경쟁법상 문제가 없는지에 대해 논란이 있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알고리즘에 의한 담합을 인간이 막는 것이 공정경쟁당국의 최대 과제라는 보고서를 발간하기까지 했다.

일부 전문가는 “담합 가능성이 있는 알고리즘을 설계하는 것도 담합 의도가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도록 법 적용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AI가 다른 AI와 카르텔을 맺고 가격 담합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다가오고 있다. 그때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우버 사건을 바라보는 눈이 그래서 매섭다.

오춘호 선임기자 ohc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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