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 없지만 '힌트' 있다
보고서 쓴 애널리스트마다 자신만의 수익추정 모델 갖춰 기업탐방 통한 정보도 참고를
투자의견 '행간' 읽어라
'꾸준한 게 매력'·'무난한 선택' 당장 상승동력 부족하다는 뜻
[ 윤정현 기자 ] 지난달 20일 골드만삭스는 “현대자동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에서 현대차가 핵심이 될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다음날 외국인과 기관투자가의 매수세가 동시에 몰리면서 현대차 주가는 8.63% 급등했다. 같은 날 경동나비엔 주가는 12.72% 급락했다. 신한금융투자가 내수 부진을 이유로 이 회사 목표주가를 5만5000원에서 4만1000원으로 낮춘 여파가 컸다.
목표주가, 근거와 논리를 따져봐야
한국경제신문이 지난 2월 ‘이제 다시 주식이다’ 시리즈를 시작하면서 시행한 설문조사(개인투자자 1000명 대상, 복수응답)에 따르면 증권사가 발간하는 보고서를 잘 안 보거나 아예 안 본다는 응답이 40%에 달했다. ‘뒷북’ 투자의견이나 목표주가 부풀리기 같은 관행이 빌미를 제공했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운용사 펀드매니저 등 전문가들은 여전히 매일 쏟아지는 수백건의 보고서를 훑어본다. 보고서 속 숫자들을 시장을 읽는 지표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그 안에 ‘정답’은 없지만 ‘힌트’는 얻을 수 있다.
목표주가는 향후 6개월가량을 내다본 특정 종목의 주가 최고치를 의미한다. 개인투자자들이 무의미하다고 여기는 것은 현 주가와의 괴리율이 커서다. 하지만 목표주가 산출 과정을 알면 적정한 수준인지 투자자 스스로 판단이 가능하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달 22일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285만원으로 올려 잡았다. 국내 증권사가 제시한 목표주가로는 최고치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휴대폰 디스플레이 등 사업별 제품 원가와 출하량, 평균 판매단가(ASP)를 추정해 올해 삼성전자의 실적을 추정했다. 이를 기반으로 나온 주당순이익(EPS) 23만7680원에 주가수익비율(PER) 12배를 적용해 목표주가를 계산했다. 이 보고서를 보고 올해부터 시작되는 분기배당 등 주주환원 방안이나 해외 경쟁사 대비 할인율(애플의 올해 예상 PER 14.93배)을 감안할 때 적정 수준이라고 판단되면 투자를 검토할 수 있다.
지난 10년간 삼성전자의 평균 PER(10배)을 훌쩍 넘는 만큼 과하게 책정했다고 판단한다면 방향성이 다른 보고서와 비교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달 2일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235만원에서 215만원으로 내려잡았다. 2분기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 완화에 휴대폰 제조원가 부담, 애플 아이폰8과의 치열한 경쟁 상황을 감안했다. 1분기 영업이익(8조7000억원)도 보수적으로 책정했다. 도현우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앞으로 3개년(2017~2019년) 추정 자기자본이익률(ROE) 13.5%를 기반으로 목표주가를 산정했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업종에 따라 다르지만 애널리스트들은 모두 자신만의 수익추정 모델을 갖고 있다”며 “그 기준이 합리적인지, 과정이 논리적인지 판단하는 것은 투자자 몫”이라고 말했다.
개인투자자가 쉽게 접근하기 힘든 많은 자료를 보기 쉽게 정리해 놓은 보고서도 도움이 된다. 유가 환율 국내총생산(GDP) 등 거시경제 지표뿐 아니라 로데이터(raw data·원자료) 조사기관이나 기업탐방을 통해 얻은 수치와 정보들도 참고할 만하다.
투자의견으로 단기주가 흐름 파악
‘매수’ ‘중립’ ‘매도(비중축소)’로 구분하는 투자의견은 액면 그대로가 아니라 행간 속 의미를 읽어야 한다. 통상 시장 지수 대비 15%포인트 이상 주가 상승이 예상되면 매수, ±15%포인트의 주가 등락이 예상되면 중립, 15%포인트 넘게 빠질 것 같으면 비중축소로 표시한다.
중립이나 비중축소 의견은 목표가를 제시하지 않는다. 다만 투자의견을 바꾸기 전에 목표주가를 먼저 낮추는 만큼 조정의 방향을 보고 단기 주가 흐름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증권사들의 분석 대상이지만 영업 상대이기도 한 기업에 직설적인 표현으로 부정적인 얘기를 하기 어렵다는 사정을 고려한 독해도 필요하다. ‘꾸준한 것이 매력’ ‘길게 보고 사기 좋다’ ‘무난한 선택’ 등의 내용은 당장의 상승 동력이 부족하다고 해석하면 된다. 하반기나 올해 전망이 아니라 내년이나 중장기 실적 전망을 의미하는 제목도 단기 실적 부진을 전제로 한 경우가 많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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