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칠레선 권력형 비리 파문
경제체질 바꿀 구조개혁 '빨간불'
[ 박진우 기자 ] 브라질 파라과이 등 남미에서 지도자들이 정치적 혼란을 자초하면서 각국의 경제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개혁 동력이 사라지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파라과이 수도 아순시온에서는 지난달 31일 오라시오 카르테스 대통령 연임을 허용하는 개헌안에 반대하는 시위가 격렬하게 벌어졌다. 파라과이 집권여당이 비밀리에 모여 개헌안을 가결한 탓이다. 파라과이는 1992년부터 5년 단임제를 헌법에 명기했다. 카르테스 대통령은 해외 기업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법인세율을 10%로 낮추는 등 친기업 정책을 펼치며 연평균 13%에 이르는 경제성장률을 달성했다. 하지만 이번 개헌 시도로 정치적 위기를 자초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브라질에선 20년간 예산 지출 규모를 동결하고 연금·노동개혁을 주도해 온 미셰우 테메르 대통령이 정치적 위기에 몰려 있다. 지지하지 않는다는 설문 응답 비중이 73%에 달한다. 남미 최대 건설사인 오브라데시 뇌물 스캔들에 연루된 것이 직격탄이 됐다.
식량난에 시달리고 있는 베네수엘라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베네수엘라에선 지난달 30일 대법원이 의회 입법권을 빼앗아 스스로 대행하겠다는 판결을 내렸다. 의회 의석 3분의 2를 차지한 야권과 시위대는 “삼권분립을 무너뜨린 판결”이라며 격렬히 반대했고 베네수엘라 대법원은 31일 의회에 입법권을 다시 돌려주기로 하는 판결을 내렸으나 정치적 혼란은 가라앉을 기미가 없다.
칠레에서도 교육·세제 등의 개혁을 주장하며 지난해 집권한 미첼 바첼레트 대통령 지지율이 23%까지 떨어지는 등 정치적 소요가 그치지 않고 있다. 아들 세바스티안 다발로스가 칠레 국영은행에서 불법 대출을 받아 부동산 투기를 하다 적발되는 등 권력형 비리가 터져나왔다. 경기 침체로 인한 높은 실업률도 발목을 잡고 있다.
크리스토퍼 사바티니 컬럼비아대 교수는 “경제가 여전히 부진하고 정치적인 좌절감이 팽배해지는 상황에서 구조개혁이 진전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