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피 못잡는 대구·경북 민심

입력 2017-04-03 19:05   수정 2017-04-04 15:44

"안철수, 마음에 와 닿아"…"그래도 한국당"

"한국당·바른정당 혼나야"…정권교체 민심 만만찮아
서문시장 찾은 유승민'배신자 이미지' 벗기 나서



[ 김채연 기자 ] “자유한국당, 바른정당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보좌 못해서 탄핵될 지경까지 간거 아이가. 그래놓고 둘이 뭘 잘했다고 싸우노.” 3일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가 찾은 대구 서문시장. 한 상인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18대 대선에서 박 전 대통령에게 80%의 지지를 몰아준 대구 민심은 흩어져 있었다. 한국당과 바른정당에 대해 기대감을 버리지 못하면서도 ‘바꿔보자’는 표심도 적지 않았다.

◆대구에도 정권교체 바람

서문시장은 박 전 대통령이 위기 때마다 찾았던 ‘정치적 고향’이다. 상인들의 마음은 애증이 교차했다. 건어물 가게를 운영하는 김모씨(47)는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크다”며 “그래도 구속은 너무하다”고 했다. 동성로에서 만난 손모씨(28)는 “대통령이 한 사람한테 좌지우지됐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며 “탄핵은 안타깝지만 죗값을 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난 민심은 ‘이번엔 바꾸자’는 목소리로 이어졌다.

서문시장에서 만난 이모씨(59)는 “안철수가 박 전 대통령 사면을 고려해준다고 하니까 마음에 와 닿는다”며 “요즘 안철수 얘길 많이 한다. 한국당, 바른정당은 혼나야 한다”고 말했다. 최모씨(50)는 “1번(한국당)만 뽑아주니 대구가 발전이 없다”며 “이번엔 문재인을 뽑겠다”고 했다.

반문(반문재인) 정서도 상당했다. 이모씨(47)는 “대통령 될 사람이 촛불집회 나가서 여론을 선동해서 되겠느냐”며 “대통령 되면 북한부터 간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지난달 31일 공개된 한국갤럽 5자 구도 여론조사(3월28~30일 시행, 1010명 대상,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결과 대구·경북(TK) 지지율에선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33%로 지지율 1위를 기록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30%였다. 보수 후보인 홍준표 경남지사와 유 후보는 각각 14%, 8%에 그쳤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유·홍 TK 민심 잡기 총력

홍, 유 후보는 후보 확정 뒤 잇따라 TK를 찾으며 민심 잡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주말부터 2박3일 일정으로 TK 민심 탐방 중인 유 후보는 이날엔 서문시장에서만 5시간을 머물렀다. ‘배신자 이미지’를 벗어나려는 행보다. 상인 신모씨(57)는 유 후보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세워들며 “최고다. 똑똑하고 그만한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모씨(75)는 “유승민이는 박근혜가 어려울 때 칼 꽂은 사람 아니냐”고 비난했다.

일부 상인들은 ‘배신자 유승민’이라며 야유를 퍼부었고, 홍 후보 지지 의사를 밝힌 김모씨(55)는 “홍준표가 말이 거칠지만 대구는 무조건 한국당”이라고 말했다.

유 후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홍 후보가 자신이 ‘TK 적자’라고 말한 데 대해 “TK 분들이 그렇게 부끄러운 아들을 둔 적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날을 세웠다. 문 전 대표에 대해서도 “노무현 대통령을 망쳐놓은 노사모 홍위병들은 박 전 대통령을 망친 진박 홍위병들과 다를 게 없다”고 힐난했다. 홍 후보도 4일 서문시장을 찾아 지지를 호소할 예정이다.

대구=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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