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 농정 전문가' 여인홍 aT 사장 "제조업 성공전략 농업에 이식해야"

입력 2017-04-03 19:41  

다른 농업 선진국들은 첨단기술로 농사 짓는데 우린 호미질만 하는 상황
농업에도 자본·기술 집약…국가차원에서 미래 대비
국제곡물시장 진출 목표…다음달 전문가 과정 개설



[ 오형주 기자 ] “이대로 가다간 한국 농업은 절멸하고 말 겁니다. 제조업처럼 자본과 기술이 집약된 산업으로 확 바뀌어야 합니다.”

여인홍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사진)은 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농업이 처한 현실을 이같이 진단했다. 1967년 창립해 올해 50주년을 맞은 aT는 농수산물 유통과 수출, 식품산업 육성 등을 담당하는 공기업이다. 여 사장은 지난해 10월 취임했다. 그는 1983년 기술고시 19회로 공직에 입문해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유통정책관과 식품산업정책실장 등을 거쳐 2013년 3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3년3개월 동안 차관을 지냈다. 농식품부 역대 차관 중 최장수 기록이다.

‘33년 농정 전문가’답게 농업 현안에 대한 여 사장의 소신은 명확했다. ‘세계 최강 반열에 오른 한국 제조업의 전략과 전술, 정책을 농업에 그대로 적용하자’는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의 지론(본지 3월8일자 A1면 참조)에 그는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말했다. “동부그룹이 토마토 유리온실 사업에 진출하려다 농민단체의 반대에 부딪혀 실패한 사례를 반복해선 안 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당시 반대 시위를 벌이는 농민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했다. “여러분이 앞으로 10~20년 뒤 모두 은퇴하면 농사는 누가 짓습니까. 국가 차원에서 미래에 대비해야 하는 점 이해 부탁합니다.”

여 사장은 “다른 농업 선진국은 온갖 첨단기술을 동원해 농사를 짓는데 우리는 쪼그려 앉아 호미질만 하는 상황”이라며 “영세·고령농의 생존권 문제는 국가 복지체계로 풀고, 농업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은 따로 찾아야 한다”고 했다.

심각한 쌀 공급과잉 문제를 해소할 방법을 묻자 “쌀 수급과 가격 결정을 시장에 맡겨야 하는데 정치가 개입하니 공급이 줄어들 리 없다”며 “정치권과 정부, 농민 간 대토론을 벌여서라도 농정의 틀을 바꾸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여 사장은 요즘 ‘국제곡물시장 진출’이라는 미래를 그리고 있다. 그 첫걸음으로 다음달 aT농식품유통교육원에 ‘국제곡물 전문가 양성과정’을 개설한다. 국제곡물시장에 진출하려면 관련 전문가부터 육성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정부는 2011년 ‘한국형 카길(글로벌 곡물회사)’을 목표로 미국에 곡물조달전문회사를 세우려다가 실패했다. 여 사장은 “과거 정부 주도로 시장 진출을 추진하면서 국내 전문가가 턱없이 부족함을 실감했다”며 “긴 호흡을 갖고 우선 전문가부터 키워 민간 주도로 국제 곡물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기반 마련에 힘쓰겠다”고 설명했다.

농산물 수급 안정도 aT의 주요 과제 중 하나다. 여 사장은 ‘수요 맞춤형 생산 시스템’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가격 변동성이 큰 배추 무 등을 중심으로 계약재배를 확대해 생산과 수요 간 간극을 좁히겠다는 복안이다. 그는 “농산물 수급을 안정시켜 농사로 쉽게 돈을 벌게 하면 귀농과 창업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청탁금지법 시행 후 위축된 화훼산업은 aT의 걱정거리다. 작년 10월 법 시행 후 석 달간 꽃 소매 거래금액은 28% 줄었다. 여 사장은 “전국 172개 GS수퍼마켓에서 소비자가 꽃을 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플라워 인 숍(flower in shop)’ 사업을 추진 중”이라며 “이달부터는 꽃 판매용 트럭 사업을 통해 이동판매도 확대할 계획”이라고 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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