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일 금융부 기자) 소문만 무성하던 인터넷 전문은행 K뱅크가 3일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3일 0시부터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이날 10시엔 광화문 KT스퀘어에서 K뱅크의 영업시작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렸습니다. 뜻깊은 자리였지만 아쉬움도 남습니다.
행사 장소는 넓지 않았지만 애플의 아이폰을 공개하는 자리와 비슷하게 꾸며졌습니다.핀테크 선두주자답게 잘 구성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K뱅크 관계자가 나와서 인터넷은행의 혁신을 설명하기를 기대했습니다. 심성훈 K뱅크 행장이 첫 발표자로 나섰습니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길지 않은 발표를 했습니다. 이후부터는 기자의 진을 빼는 축사가 이어졌습니다.
다음은 시간 순서대로 정리한 축사와 격려사입니다.
(오전 10시20분~10시24분)국회 이진복 정무위원장(바른정당) 축사
(오전 10시24분~10시26분)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 축사
(오전 10시26분~10시28분)김용태 바른정당 의원 축사
(오전 10시28분~10시29분)김한표 자유한국당 의원 축사
(오전 10시29분~10시32분)김관영 국민의당 의원 축사
(오전 10시32분~10시38분)임종룡 금융위원장 격려사
(오전 10시38분~10시43분)황창규 KT회장(K뱅크 주주사 대표) 축사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영상 축전으로 정창수 한국관광공사 사장이 등장해서 다시 한번 K뱅크의 탄생을 축하했습니다. 이어 케빈 오케인 구글 아태지역 총괄도 등장했습니다. 조용범 페이스북 코리아 대표, 이수진 야놀자 대표, 윤호영 카카오뱅크 공동대표 등 수많은 사람이 또 축하했습니다. 마지막에는 일반 금융소비자들이 K뱅크에 바라는 점을 말했습니다.
안효조 K뱅크 사업총괄본부장이 고(故) 스티브 잡스처럼 무선 마이크를 달고 프리젠테이션을 시작한 것은 오전10시50분께였습니다. KT의 음성인식 인공지능 기기를 이용해 미래 은행의 모습을 보여주는 등 정성들여 많은 준비를 했지만 보는 사람들은 이미 지쳐있었습니다. 그리고 시간도 너무 짧았습니다. 당초 일정이 10시50분부터 ‘참석 내빈 전시존 투어’를 할 예정이었으니까요.
출범식 풍경이 K뱅크가 처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했습니다. 인터넷 은행은 선진국에선 20년 전부터 등장했지만 정보기술(IT) 선진국이라는 한국은 관치금융 때문에 꿈도 꿀수 없었죠. 2015년에 와서야 정부가 사업자 입찰 선정 방식으로 두 곳의 사업자를 선정해 관 주도 인터넷 은행이 탄생했습니다.
출발은 어떻든 혁신을 위해 바쁘게 뛰어가면 좋겠지만 오늘 본 모습처럼 앞날이 밝지만은 않아보입니다. 출범은 정부가 주도했지만 이제 민간에 맡겨 둘 일입니다. 이런 식의 정치 행사가 이어져선 4차산업혁명의 핵심 중 하나인 핀테크가 한국에서 꽃피우길 기대하는 것은 무리인 듯 싶습니다. (끝)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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